‘0.005%’ 카드 부정 사용 때문에… 신용카드 50만원 이상 신분증 제시 논란

“0.005% 카드 부정 사용을 막자고 온 국민에게 신분증을 요구해야 하나.” “금융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더니 정반대로 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신용카드로 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려면 의무적으로 신분증을 제시토록 하는 내용의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시행키로 함에 따라 경제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12월 30일 자로 신용카드 개인 회원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기존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금융감독규정, 가맹점 표준약관 등을 통해 시행 중인 본인 확인 규정을 반영키로 했다. 가맹점 표준약관에만 적시된 해당 규정이 개인 회원 약관에도 명시되면 본인 확인 절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협회 관계자는 “카드 부정 사용과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 개인 회원 약관을 개정, 본인 확인 규정을 더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연간 카드 결제액(585조 원·2013년 기준)의 0.005%에 불과한 카드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온 국민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규제 완화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개인 사업자인 이권학(46) 씨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50만 원 이상 카드 결제한다고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면서 “특히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한 고소득층은 더욱 지갑을 닫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