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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15 대한민국 갈등 리포트 게재 일자 : 2014년 11월 26일(水)
보호냐 개발이냐… 지자체 입장차에 흔들리는 ‘갈대습지’
2부. 2014 갈등 현장을 가다 - (10) ‘안산·화성’ 환경vs개발 갈등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경기 화성시와 안산시가 개발과 보존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갈대습지공원 모습은 철새관찰대의 창문을 통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
▲  경기 안산시 상록구 갈대습지공원의 종합안내도. 안산·화성시의 경계에 습지가 위치한 것을 잘 보여준다. 심만수 기자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7개월 넘게 갈대습지에 있는 인공펌프 전력비 부담을 두고 경기 안산시와 화성시 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갈대습지가 하천보다 높은 곳에 있어 물을 공급하려면 인공펌프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습지 대부분이 안산시 구역인 것에 반해 펌프는 화성시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지난 4월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습지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은 후 한 달 뒤 안산시에 공문을 보내 ‘인공펌프가 안산시 구역의 갈대습지를 위해 설치된 시설물이니 펌프 전력비 등 유지관리비(매월 160만 원 가량)를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화성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인공펌프장을 폐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화성시에 있는 시설물에 예산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인 조례 등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가 펌프 전력비를 10월 말까지는 부담해주기로 했지만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두 지방자치단체 간의 날선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시화호 상류 인공습지(103만7500㎡)는 안산시(39만5685㎡)와 화성시(64만1815㎡)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 습지는 지난 1996년 시화호 수질개선대책에 포함된 정책사업으로 1997년 공사를 시작, 약 3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2년 6월 완공했다. 두 지자체가 소유권을 나눠 갖다보니 펌프 전력비 부담 외에도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안산시는 이곳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반면 화성시는 개발사업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생태계 보호 VS 개발사업 = 안산시와 화성시 사이의 습지를 둘러싼 갈등은 전형적인 생태계 보호와 개발 간의 갈등이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26일 “인공습지를 둘러싸고 개발과 보호라는 가치를 두고 벌이는 두 지자체 간의 전형적인 환경갈등”이라면서 “영역을 두고 벌이는 ‘관할지역갈등’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안산시는 지난 6월 환경부에 시화호 일대 안산갈대습지공원과 대송단지 자연습지 등 2곳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람사르습지로 등록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시화호가 오염의 대명사로 통용돼 도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가 시화호가 복구되면서 생태도시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이 안산시가 람사르습지 등록을 건의한 주요한 이유다. 안산시 관계자는 “생태계가 살아있는 갈대습지로 안산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습지의 체계적인 보전으로 생물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 사업을 한창 추진 중인 화성시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화성시는 시화호 상류 습지(비봉습지)를 영화테마파크 등이 포함된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사업과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주민들 대다수가 보호지역으로 습지가 지정되면 개발 등에 제한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갈대습지 조성 당시 협의 등 부실 =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시화호 상류 수질개선을 위해 수자원공사가 안산시 사동과 화성시 비봉면 등 공유수면(국가나 공공 단체의 소유로서, 공공의 이익에 제공되는 수면)에 조성됐다. 애초에 공유수면이었던 이 땅에 습지가 양 지자체 간의 경계선에 조성되면서 관리를 두고 빚어질 갈등에 대한 사전 논의나 대비책이 부족했다. 환경을 위해 조성한 것이라 환경적인 부분 외 새롭게 부담될 관리 비용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오염이 생긴 시화호의 수질관리가 최우선이었고 지자체들이 동의한 부분이라 지자체 간에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한 지자체에 관리 책임을 몰아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산시 관계자는 “두 도시 간의 경계선에 습지를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면 한 도시에 몰아서 소유권을 줬어야 이런 갈등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습지 조성 시 이런 갈등을 미연에 대비하고 논의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지자체 간 협의체도 없고, 중재자도 없어 난항 = 이토록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지만 두 지자체 간의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단 3차례만 화성시와 안산시 관계자 일부가 만나 조정에 나섰으나 펌프전력비 분담 등에 대해 별다른 결론을 내지도 못한 채 입장차만 확인하고 종결됐다. 두 지자체는 상대 지자체 때문에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안산시가 일방적으로 협의없이 람사르습지 추진을 하겠다며 환경부에 신청한 뒤 우리에게 통보만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산시 관계자는 “람사르습지 등록과 관련해 화성시와 사전 협의를 거쳤는데도 화성시가 자꾸 관할 과를 바꿔가면서 논의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소통이 안 되다 보니 협의체 구성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환경단체 시화호생명지킴이의 박선미 사무국장은 “갈등의 당사자인 두 지자체 간 합의와 논의가 중요한데 현재까지 협의체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지자체와 시민사회, 전문가 등을 포함한 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갈등 당사자 간 해결이 어려울 경우 정부 등 관계기관의 중재가 필요하지만 정작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당사자인 지자체 간에 협의할 문제이지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고,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수자원공사가 두 지자체에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에 우리 부의 소관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안산 =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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