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 더 탄력 받을 듯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에 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그간 진행돼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하거나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매각으로 직접적인 지분 변화가 일어나는 쪽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은 당초 삼성석유화학의 지분 33.19%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지난 4월 삼성종합화학과의 합병으로 지분율이 4.95%로 크게 하락했다. 이번 매각에는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물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0.97%)과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지분도 포함돼 있다. 이 사장으로선 이것마저 한화그룹으로 넘기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 “경영권 승계 시 이 사장이 화학계열을 맡게 될 것”으로 봤던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전체 그룹의 주력부문을 전자·소재, 금융·서비스, 건설·플랜트로 정리했다. 건설과 플랜트 부문의 재편 과제만 남아 있다. 이는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카드·삼성SDI-제일모직의 구조로 돼 있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14일 삼성SDS 상장, 오는 12월 10∼11일 공모가 진행되는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 상장의 여파가 가장 큰 변수다. 삼성 SDS 지분의 경우 의무보호예수기간 6개월이 지난 내년 5월 이후부터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이 최근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 시점을 전후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수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주식은 이 부회장이 11.25%, 이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3.9%씩 갖고 있다. 이 부회장 삼 남매가 삼성SDS 주식을 처분할 경우 이 회장 재산의 상속세 재원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