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法’은 전진하는데… 갈수록 후퇴하는 ‘김영란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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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 처벌하도록 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원안이 후퇴를 거듭하는 반면, 단돈 1000원이라도 주고받거나 공금을 횡령하면 엄벌토록 한 일명 ‘박원순법’은 적용 대상을 서울시 산하 18개 투자·출연기관으로 확대·강화키로 해 극명히 비교된다.

김영란법은 청렴 혁신과 관련된 주요 골자 대부분을 계속 ‘칼질’해 가며 누더기가 되고 있는 데 반해, 박원순법은 최근 3개월간 법의 적용 범위와 처벌 강도를 잇달아 수직 상승시키며 공직사회 적폐 해소에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말로는 정치혁신과 개조를 외치면서 실은 혁신과제를 뭉그적대는 국회가 서울시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김영란법과 박원순법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박원순법이 금품 수수에 따른 처벌 기준 등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김영란법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다.

특히 국회 심의 재개를 앞둔 지난 2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일종의 ‘절충 방안’으로 낸 ‘검토안’의 경우, 박원순법은 물론이거니와 김영란법 원안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지적이 비등한 상황이다. 박원순법이 서울시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공직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로서는 조속한 김영란법 처리라는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우선 금품수수 처벌과 관련해 지난 2012년 8월 입법 예고한 김영란법 원안은 공직자가 금품 등을 100만 원 초과 수수 시 형사 처벌을 받고 100만 원 이하 수수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받기로 했었다. 하지만 박원순법은 단돈 1000원만 받아도 바로 퇴출하는 등 처벌 강도 면에서 김영란법을 압도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권익위의 검토안은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이 없을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연간 500만 원)의 금품수수를 전면 허용하는 안을 제시해, ‘솜방망이’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또 적용 대상 역시, 김영란법 원안은 공직자 및 공직자의 가족에게 적용했지만, 박원순법에는 서울시 공무원뿐만 아니라 그 산하 모든 기관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금품수수 허용 사유를 4개에서 7개로 확대하고 친족 간 금품수수는 전면 허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박원순법에 한참 뒤처지는 내용이다. 부정청탁 또는 입찰비리 등 불법 연루의 경우에도 박원순법은 최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입찰 비리 연루 직원은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김영란법 권익위 검토안은 1차 부정청탁은 면제시키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할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후퇴시켰다.

이밖에도 김영란법 원안에는 1차 부정청탁 시부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김영란법의 국회 처리는 차일피일 논의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반면, 서울시는 기관별로 내년 2월까지 혁신방안을 마련하면 시민·시장·기관장 등 3자가 참여하는 혁신약정을 체결해 명문화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