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유린’ 김정은 책임은 언급안해

참여연대·천주교인권위원회·민주화를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인권정책연구소 등 진보 성향의 시민·종교단체들이 25일 발표한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가 파장을 낳고 있다. 심각한 북한인권 상황이 발생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나 최고지도부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이 없다는 게 특징적이다. 최근 유엔이 대북인권결의안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층(the highest level)책임론을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보고서는 대신 주된 이유를 북한 내부 및 외부의 구조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북·미 대결구도와 남북 적대관계가 북한인권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대안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구조적 요인으로 북미 대결구도에 주목한 것은 다분히 북한의 입장에서 본 시각으로도 해석된다.

보고서는 “북·미 대결구도는 북한 주민들이 여느 국가의 시민들과 같은 정상적인 사회·경제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방해하고, 북한 정치체제와 맞물려 자유롭고 전인적인 사고를 억제해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위협 때문에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구조적 상황이 대내 경제 여건을 어렵게 하면서 인권상황을 어렵게 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보고서는 실제 “국가예산이 보통 국가들 보다 훨씬 더 군에 투입되면서 인민들의 생존권과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큰 제약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리의 연장 선상에서 “북한 정부는 물론 정전체제와 관련 있는 모든 나라들이 책임이 있음을 말해 준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에 가해지는 대북 제재도 북한주민들의 자유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권침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핵심 내용으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이 북한 최고지도부에 책임을 묻고 있는데 대한 반대 논리도 제시됐다. 국제사회의 처벌과 압박 위주의 접근이 북한 인권개선을 더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인권실현의 주체가 어디까지나 북한 정부와 주민이기 때문에 국제사회 등 외부자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 정치권의 북한인권법 제정도 실효성이 없고 대안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 ‘내정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북한 입장을 상당 부분 배려한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북한 체제변화에 초점을 맞춘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데로 나아간다. 보고서는 “북한인권문제를 가해자 및 책임자 처벌, 혹은 그리고 이를 통한 북한체제 변화만이 해결책이라는 이분법적 인식과 일방적 접근으로는 실효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제사회가 심판관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 내부로부터 인권 보호 및 정책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