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아프지만… ‘단원고 2학년 교실’ 정리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2학년 학생 250명을 잃은 경기 안산시 단원고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유족들을 위로하며 아픔을 같이해온 1·3학년 학부모들의 “희생자들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학교의 정상화와 학생들을 위해 2학년 교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때문이다.

단원고 1·3학년 학부모 100여 명은 지난 24일 단원고에서 회의를 열고 “2학년 교실이 아이들의 추억을 간직한 추모공간으로는 좋지만 계속 비어있는 채로 놔둘 경우 다른 학생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해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고 신입생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교실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학교 측에 유가족들과 교실 정리 문제를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26일에 이어 27일에도 2학년 생존 학생 75명과 희생자 유가족 대표들에게 2015학년도의 학교 생활 정상화를 위해 2학년 교실 정리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1·3학년 학부모들이 “희생된 학생들의 교복 재킷과 체육복 등 유품과 꽃다발, 메모가 가득한 2학년 10개 교실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어 1·3학년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 등도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나 생존 학생들과 유가족들은 “2학년 교실은 희생된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공간으로 생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교실을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1·3학년 학부모들의 입장도 단호하다. 유족들을 위해 27일 학교에 김장담그기 봉사를 하러 나온 3학년 학생 김모(16) 양의 어머니(46)는 “희생된 학생들에 대해 전체 학부모들의 안타까움은 여전하다”며 “그러나 남아 있는 700여 명의 재학생들도 공부할 수 있도록 보듬어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추교영 교장도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교실을 정리해야 하는데 추모관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오명근 안산 = 전국부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