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고객 우롱하는 해외직구, 환율 변했다고 추가요금 내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해외직구를 악용해 불법 수입되는 물품을 걸러내기 위해 특송화물검사를 하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불법 반입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은 자동차 리모컨형 몰래카메라.

직장인 최모(여·38) 씨는 ‘해외직구족’이다. 그는 “그릇, 옷 등을 보다 유리한 가격을 따져 구매하는데 나름대로 유익하다”며 “하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불안해 최근에는 관세청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D 씨는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14만 원짜리 운동화를 구입했다. 그런데 1주일에서 늦으면 보름 이내에 온다던 운동화는 감감무소식이었다. 40일이 지나도록 배송은 되지 않았고 업체와도 연락할 수 없었다. J 씨 역시 20만 원 상당의 의류를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하루가 지난 후 “환율이 변동됐다”며 1만6000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D 씨와 J 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상담을 제기했다.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28일)를 앞두고 최근 수년 새 폭발적 증가세를 보여온 해외직구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시장은 올해 1∼10월 기간에 1259만4000건, 구매액은 12억2769만 달러(약 1조3628억 원)로 전년동기대비 각 44%, 53% 늘어날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직구 시장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소비자 불만과 피해도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제기된 민원만 5000여 건에 육박하는 데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까지 상존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제품은 주로 건강보조식품, 유아용품, 의류, 화장품, 정보기술(IT)·가전, 패션잡화, 취미용품, 신발 등이다. 국내 제품과 견줘 평균 30%가량 저렴한 가격과 해외 고가 브랜드부터 실용적인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애꿎은 소비자를 울리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 의원이 소비자원에서 받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직구 소비자 불만·피해 민원은 2012년 1181건, 지난해에는 1551건, 올해 1∼10월에는 2229건으로 파악됐다. 3년간 4961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3591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반품 관련 배송비·수수료 부당청구가 28.3%(1015건)로 가장 많고 이어 취소·환불지연 및 거부가 24.5%(879건), 배송지연·오배송·분실 등이 20.7%(745건), 제품 불량·파손 및 애프터서비스(AS)불가가 11.6%(418건), 사업자 연락 두절이 7.1%(255건), 결제오류 등 기타가 7.8%(279건)로 뒤를 이었다. 김정훈 의원은 “해외직접배송은 배송된 제품의 불량 및 파손 피해, 배송대행은 배송지연 및 오배송, 구매대행은 반품·환불지연 및 거부와 과도한 수수료 부과 피해가 많았다”며 “해외직구를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세밀한 소비자 지원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진 KDB산업은행 연구위원은 “해외직구 소비자들이 직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제품 불량에 따른 환불, 교환, 상품 AS 등 소비자 피해 대책이 미비하고 중소 배송대행업체 및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이용할 경우 제품 분실이나 배송지연 등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J 씨의 경우 49.99달러 상당의 가방을 구매한 후 대행업체에 배송을 의뢰했는데 이 업체는 가방의 포장 상자까지 포함해 무게를 측정한 후 배송비만 30달러를 청구했다. 현금결제 비중도 10% 선에 달하는데 사업자 연락 두절, 사이트 폐쇄, 미배송 등 ‘사기성 쇼핑몰’에 의한 피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 외에 또 다른 물적·정신적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개인정보보호도 여전히 취약하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올 경우 개인은 관세사를 거치지 않고 화주가 직접 수입신고를 하는 자가통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매대행업체나 특송업체에 통관을 의뢰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넘겨줘야 한다.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해외직구 관련 주민등록번호 도용 건수는 2013년 3만3193건, 올 들어서는 1만8949건에 달했다. 관세청은 이런 문제 때문에 수입신고를 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쓸 수 있는, 개인인식부호인 개인통관고유부호제도를 지난 2011년 8월 도입했다. 올 들어 1∼10월 기간에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 건수는 34만1019건으로 지난해 전체(1만5650건)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김현미 의원은 “하지만 실제 개인신고건 가운데 개인통관고유부호로 신고하는 비율이 여전히 낮고 주민등록번호 통관이 훨씬 높다”며 “수입신고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 해외로 유출된 개인정보나 친인척, 동호회 회원 등 2만1810명의 명의를 도용해 2만1790차례에 걸쳐 31억 원 상당의 분유,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불법 반입한 수입업자 40명을 검거한 것은 이를 유추할 사례 중 하나이다. 모두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불법 수입품이다. 관세청은 오는 12월부터 주민등록번호로 신고하는 해외직구에 대한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할 방침이어서 가급적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쓰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를 기대할 수 있다.

배윤성 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은 “내년 1월에 가칭 ‘해외거래 소비자 지원센터’를 설립해 해외직구와 역직구까지 포함한 소비자 거래에 대한 피해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