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단통법 초기라 효과 못 느껴도 시간 지나면 본격 체감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5일 정부과천청사 야외공원에서 올 한 해의 소회와 내년 계획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지난 25일 정부과천청사 2동 4층에 위치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무실에서 2시간 넘게 인터뷰를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도 ‘허허허’하는 그의 너털웃음 소리가 귓가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아이처럼 순수하신 분”이라 속삭이는 참모의 귀띔이야 상사를 받드는 부하의 의례적 칭송이라 치더라도, 실제 사람 좋아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에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미지는 그의 이력과 대조해봐도 딱 맞아 떨어졌다(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판사로만 28년 재직).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최 위원장의 소탈함은 비서실을 포함한 내부 직원들의 증언이나 외부 활동 시 언행에서도 자주 확인된다.

최 위원장은 여러모로 전임 위원장들과 비교된다. 1기 방송통신위원회를 주름 잡았던 ‘실세’ 최시중 위원장과 2기 방통위의 마지막 1년을 원만하게 이끌었던 노회한 이경재 위원장이 모두 70대의 노익장이었던 데 반해 그는 50대 후반의 장년으로 역대 최연소 위원장이다.

또 정치인이나 그에 가까운 언론인 등 정무적 능력과 색채가 풍부한 인물이 보통 이 자리를 차지하던 관례를 벗어나 최초의 법조인 방통위원장 기록도 세웠다. 3기 방통위의 새 선장으로 올 4월 부임해왔을 때 의외의 참신한 인사라는 말을 듣게 된 배경이다.

박근혜정부의 간판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손잡고 미래의 방송·통신 정책을 설계해나가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은 3기 방통위는 지난 8개월 동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광고총량제, ‘황금주파수’ 700메가헤르츠(㎒) 배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 마주치면서 때론 파열음을, 때론 신중함을 보여줬다.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 전문가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그동안 논쟁적인 방통위원들의 의견과 현장업계의 이해관계를 무난히 조율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율사 출신답게 법적 절차와 제도를 중시하면서 엇갈린 양쪽의 주장을 골고루 청취한 뒤 전문가 집단의 조언까지 받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그의 업무 스타일은 흡사 재판을 진행하는 판관에 비유되기도 한다.

차 한 잔을 놓고 마주 앉은 뒤 핵심 쟁점보다 주변 신변잡기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최 위원장의 다양한 포즈를 잡으려는 사진기자의 플래시가 펑펑 터졌지만 다행히 그는 “카메라 울렁증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맘 속 진심을 공식발언 수위에 맞춰 조절해가며 ‘인간적이고도,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털어놓는 고위 공직자의 화법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기자 울렁증이 완전히 가라앉으려면 좀 더 험한 정책조율의 파도를 넘나드는 항해에 익숙해진 다음이라야겠지, 생각하며 첫 질문을 던졌다.

―취임 반년이 훌쩍 넘었다.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은 없는지. 평생 몸담은 법원 역시 판례라는 정형화를 통해 현실의 사실관계를 정리해가는 업무란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듯도 한데.

“방통위를 흔히 규제기관이라 하지만 사실 규제는 목적이 아니고 중간 과정이자 수단이다. 그걸 통해 최종적으로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등 원하는 그림 쪽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방송과 통신 업계의 갈등 조정을 한다고 치자. 법원의 경우 재판부가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관계자 증언도 듣고, 그걸 토대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거기 불만이 있으면 상급심 불복절차로 간다. 결론 자체에 대해 평가는 있을 수 있지만 판결하는 순간 어느 정도 자기 책임에선 벗어난다. 하지만 방통위는 정책을 하는 동안 책임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거나 변경했을 때, 그 후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보완할 것은 없는지, 또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계속 돌아보고 챙겨야 하는 점이 법원과 많이 다른 듯하다. 8개월간의 체험적 결론이다.”

―현안으로 들어가자. 광고총량제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날 것 같나.

“보고서 초안은 봤다. 시뮬레이션이란 게 전제조건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론이 하나가 아니다. 실제 방송, 특히 지상파방송의 광고현황이 고려돼야 한다. 예를 들어 주말 피크타임 광고가 150%, 즉 실제 광고할 수 있는 건 100이지만 대기수요 50까지 있다는 경우와 주말 같은 시간인데도 광고가 80%밖에 안 되는 경우 등 다양한 방송 현실이 존재한다. 따라서 광고총량제를 할 때 150이 기다리고 있다면 남은 부분은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흡수될 것이고, 80밖에 안 되면 시간을 늘려본들 새로 유입요인이 없을 수도 있다. 막연하게 시간이 얼마 늘었으니, 전체 광고 비율이 얼마니까, 해서 그냥 곱하기로 계산한 게 아니고 연구기관이 방송사 자료를 받아 복잡하게 얽힌 수치를 세밀하게 분석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구성한 방송광고산업활성화전문위원회가 보고서에 오류는 없나, 고려돼야 할 요소 중 빠진 건 없나, 하고 전문가 시각으로 보니까 광고총량제 실시 후 광고 변화의 영향을 대강 알 수 있을 것 같다. 방통위의 최종 목표는 각 방송매체의 균형적 발전이다. 광고총량제가 일부 광고를 다른 편으로 이동시키긴 하지만, 원래 목표는 현재 침체된 방송광고 시장의 규제를 풀어주면서 창의적 아이디어의 새로운 광고를 만드는 등 토대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이 우리 것까지 그쪽으로 가면 손해 본다고 주장해 종편 역시 광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함께 해주려고 생각 중이다. 이달 중 전문위 자문을 마치고 일단은 연내(광고총량제) 결론을 내려고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광고 형태는 프로그램 앞뒤, 사이, 자막광고, 이 정도인데 한계에 이르렀다. 광고주가 비용을 지출해 매출이 늘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광고를 눈여겨봐줬다는 인식이 있어야 광고하려고 들어오지 않겠나. 최근 개최한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로버트 피카디 교수가 광고와 프로그램의 결합을 얘기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광고가 프로그램과 잘 결합되는가에 따라 보는 사람이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없으면서 실제로는 광고효과를 내는 그런 새로운 광고들이 창의적으로 만들어져야 방송광고가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 프로그램 몇 분, 토막광고 몇 분 이렇게 해서는 갈 수가 없다. 당장은 어디가 조금 늘고, 다른 어디를 보충하고 하겠지만 최종적으로 생각하는 건 그런 형식으로 새로운 광고 형태를 찾아가는 토대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이다. 요즘 인터넷·모바일 광고로 광고주들이 가는 건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는 것 아닌가.”

―가장 뜨거운 이슈인 단통법으로 옮겨가겠다. 시행 2개월 시점의 효과를 자평하자면.

“시행 초기에 조금 지나면 단말기와 통신요금 인하 등 순기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확실한 효과를 체감하는 데까진 못 이른 것 같지만 경쟁활성화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한 알뜰폰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예전 시장은 오로지 보조금으로 움직였다. 합리적인 요금의 상품을 내놔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경쟁 가능한 시장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첫발을 내디딘 데 불과하다. 효과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면 소비자 만족은 커질 것이다. 초반의 오해는 통칭 약정할인을 단말기 요금에서 빼주는 것처럼 마케팅을 해온 관행에서 나왔다. 이통사의 지원금을 상한 30만 원 근처에서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전부 다 비싸게 사게 됐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 최근 휴대전화 중 30만 원까지 지급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지원금 문제의 첫 단추는 해결된 셈이다. 물론 그걸로 끝난 건 아니다. 원래 가고자 했던 가계통신비 인하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의 도구로서 지원금의 투명화, 이용자 차별 없는 지원금 지급을 도입한 거니까. 그런데 초기에 국민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돼 안타까웠다. 아이폰6를 우리나라에서 사면 아무리 지원금을 많이 받아도 40만 원대, 미국은 20만 원대, 일본은 공짜폰, 이런 보도를 봤다. 그 계산은 비교가 명확하지 않다. 예컨대, 우리나라 7만5000원 요금제를 가입하면 음성·문자 무제한에 보통 8기가 데이터를 무상제공한다. 7만5000원도 다 안 받는다. 2년 약정할인하면 25% 할인(1만8750원)해준다. 결국 5만6000원가량을 실제 부담하는 것이다.

외국은 요금만 이야기하지, 약정할인이란 게 없다. 음성·문자 무제한은 40달러, 데이터는 250메가 제공이 15달러고, 8기가 쓰려면 80∼90달러 줘야 한다. 이통사 약정할인이 매달 나눠 주는 식이지 않나. 휴대전화를 사면 보통 할부로 산다. 한 달 6만 원, 요금할인으로 1만8000원 빠진다, 그래서 4만2000원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거든. 1만8000원 곱하기 24개월, 약 45만 원을 할인받는 걸로 생각해왔다. 판매점이 설명을 좀 속인 거지. 정확히 말해 보조금이 아닌데, 소비자에겐 할인받는 걸로 설명하는 거다. 보조금 20만 원 포함해서 기본 60만 원 넘게 할인받으니까 90만 원짜리를 30만 원에 샀던 것이다. 지금은 지원금을 공시해야 하니까 지원금 20만 원밖에 안 주면 내가 생돈 60만 원 내야 하네, 이렇게 체감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국민들이 체감을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인가.

“단통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주시는데, 한 분이 약정할인을 지원금으로 미리 이통사가 단말기 가격에서 빼주고, 대신 지원금 한도는 방통위가 올려주고 하면 전과 비슷하다, 국민 불만이 줄 것이다, 하더라. 안 좋게 보면 조삼모사지만 그런 이야길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상한을 규정하는 게 지원금을 적게 지급하도록 해서 이통사 이익을 늘려주려는 건 절대 아니다. 지원금 상한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지원금만 갖고 경쟁하고 실제 요금할인이라든가, 제조사의 경우 출고가 인하 같은 것 없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나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그런 효과가 안 나타나면 지원금 수준을 높여서라도 실제 혜택이 돌아가는지 알려드릴 용의도 있다. 그러면 미국과 비교해도 199달러, 299달러 비슷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런 것을 국민들에게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단통법 이후 이통사는 이익을 보고 국민은 손해 보고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우리는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제도적 개선이나 홍보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지원금 수준은 일시적으로 비정상 보조금이 횡행했던 과거 사례를 제외하면 전보다 나빠진 건 아니라고 본다. 아직 목표로 했던 가계통신비 인하까진 안 갔지만 우선 중간단계로 비슷한 모습으로 갔으니까 이제는 국민들이 크게 손해를 입었다고 할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과거에도 새 단말기에는 큰 보조금을 안 주지 않았나. 마일리지를 단말기 가격에서 빼주고, 중고반환 선보상금을 주는 등 구입 부담을 줄여주는 데서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본격적인 요금경쟁으로 갈 걸로 기대한다.”

―700㎒ 주파수 분배는 원칙만 거론하고 아직 발표할 만큼 구체적 결정은 안 했다. 언제 결론이 나나.

“700㎒ 주파수는 재난망을 포함하는 통합공공망에 20㎒폭을 우선 분배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대역은 방송과 통신이 상호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본 입장은 국정감사에서 얘기했듯 우리나라 현실에서 봤을 때 지상파 초고해상도(UHD) 방송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상파가 현재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UHD 방송을 할 때 주파수가 있어야 한다. 주파수를 찾을 수 있는 게 우선 700㎒ 대역이다. 이후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기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우선으로 재난망 대역이 빠져나간 뒤 광개토플랜에서 40㎒를 통신용으로 정해놨는데 한정된 자원인 700㎒ 주파수를 방송에 사용하는 게 효율적이고 나라를 위해 좋은 것인지, 통신에 주는 게 나은지를 놓고 미래부와 논의 중이다. 최근엔 국회도 같이 논의하자고 참여해서 파트가 하나 더 생긴 셈이 됐다. 아직 당장 내년 초에 UHD 방송을 한다, 뭐 그런 건 아니니까 조금 시간 여유는 있다. 계속 불안정한 상태로 갈 순 없지만 한 번 정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 신중하게 잘 논의해서 결정하려 한다. 흔히 외부에서 생각하기에 방통위는 방송용을 고집하고, 미래부는 통신용을 고집한다고 나눠 보던데 그건 이분법적 시각이다. 미래부든 방통위든 둘 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얼마든지 서로 설득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가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업무계획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지만 크게 2가지 정도 있다. 첫째, 재전송료 문제다. 방송사업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방통위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제도상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번에 방송법 개정해서 직권조정을 신설했다. 조정안을 쌍방이 받아들여야 성립된다. 또 통신에서 하고 있는 재정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끝내 승복 못하면 재판으로 가긴 하겠지만, 세계적 추세가 대체분쟁제도(ADR) 도입이다. 전문가가 중간선을 그어줘서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거다. 또 하나는 결합상품 시장전이가 일어나거나 중간 소비자 기만 같은 금지행위, 이용자 후생 저해행위 등 신고가 들어오면 그동안은 사후적으로 조치했는데 이런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고 싶다. 먼저 가서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제재를 가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적 역할을 하려 한다. 업자들을 억압하고 괴롭힌다기보다는 우리가 조사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 사업자들이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만드는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 단통법 이후 환경변화에 맞춰 현재 인원을 재배치하고 통신시장조사과, 방송시장조사과, 이용자보호과, 개인정보보호과의 업무를 조정한 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인터뷰 = 노성열 차장(경제산업부)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