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스트레스 쌓일 때 필요한 건…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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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순각 한양대 교수가 BMW드라이빙센터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시속 290㎞까지 달려봤다는 그는 “속도의 공포감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시속 300㎞로 달려봤다고? 290㎞와 300㎞는 넘을 수 없는 차이 250㎞가 넘으면 5㎞ 추가될때마다 공포감은 10~20배씩 늘어나는 걸 그런 공포감을 극복할때마다 스릴도 배가되지 그것이 바로 드라이빙의 맛

인천 중구 운서동 BMW드라이빙센터 내 트랙. 40대 남성이 긴장된 표정으로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코너 구간에 다다르자 기어 레버를 잡은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발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로 번갈아 움직이며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바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매캐한 고무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전방을 주시하는 눈은 매섭게 빛나고 있다.

“속도의 공포감을 극복하며 쾌감과 희열을 느낍니다.”

장순각(47·실내건축학) 한양대 교수는 드라이빙을 통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통 남자들이 다 그렇듯 장 교수도 어린 시절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10대 때 본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가 타고 나온 로터스 에스프리가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잠수함으로 변하는 차를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며 “그렇게 멋진 차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대학원 유학을 간 프랑스 파리에서 로터스 에스프리 실물을 처음 봤다”고 밝혔다.

장 교수가 운전을 하기 시작한 건 20대 대학 시절이다. 그는 “친구 차 옆에 타고 다니며 많이 부러웠다. 나는 그때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며 “그 친구에게 자극받아 운전면허를 땄고, 아버지 차로 연습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다 대학 졸업 후 유럽으로 유학 갔을 때 본격적인 드라이빙 교육을 받았다. 그는 “유럽에는 구청에서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릴 때부터 운전 교육을 시키고, 자동차 문화를 가르친다”며 “그때 드리프팅(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며 코너를 도는 것) 등 운전 기술을 배웠고, 드라이빙을 스포츠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사람들은 좋은 차를 타기보다는 운전법을 정확히 익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다양한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에는 방학을 이용해 핀란드로 가 일주일간 아이스 드라이빙 교육을 받기도 했다. 장 교수는 “일주일 내내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차만 탔다”며 “얼음판을 미끄러지듯 달리면 머리가 맑아지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트랙에서 시속 290㎞까지 달려봤다는 장 교수는 드라이빙의 매력으로 ‘긴장감’과 ‘스릴’을 꼽았다. 그는 “시속 250㎞가 넘어가면 5㎞/h씩 속도가 올라갈 때마다 공포감이 10∼20배씩 늘어난다”며 “공포감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고 희열을 맛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장감 속에서 속도를 유지하며 정확하게 회전할 때 감각이 극에 달하고 최고의 스릴을 경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포뮬러1(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슈마허가 그냥 트랙을 뱅뱅 도는 줄 알지만 그는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 상황을 극복한 영웅”이라며 “간혹 ‘300㎞/h까지 달려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부분 허풍이다. 290㎞/h와 300㎞/h는 10㎞/h 차이 밖에 안 나지만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엄청난 차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40대 초반까지 전국 어디든 차로 다녔지만 이제는 3시간 이상은 운전을 안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학 시절에는 파리에서 출발해 밤새 7∼8시간을 달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아침을 먹었다. 그렇게 운전을 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며 “40대 중반 이후에는 체력이 달려서 장시간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도 트랙에 가서 속도를 즐기고, 아름다운 길에서 여유롭게 운전하며 머리를 식힌다”고 말했다.

그는 편안하게 달리기 좋은 드라이빙 코스도 추천했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해안길과 전남 고흥군 소록도·거금도 등이다. 그는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섬 드라이빙 코스가 최고”라며 “바닷길과 이어진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