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캐디가 뭐길래…

최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골프장의 캐디와 직원에 대한 성추행이나 ‘화풀이’를 하는 사건이 잇달아, 골프장이 부도덕의 온상처럼 비칩니다. 국내 골프장 대부분은 젊은 여성들에게 캐디나 고객을 상대하는 일선 업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남성 골퍼들의 성희롱, 때론 화풀이 대상이 되기 일쑤입니다. 일부 골퍼들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골프장의 젊은 여성 직원에게 ‘19홀’ 운운하며, 밖에서 따로 만나자고 추파를 던지는 걸 종종 봅니다.

이웃 일본만 해도 젊은 여성 캐디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일본은 ‘선택적 캐디제’로 운영되다 보니, 대부분 50~60대 여성들이 파트타임으로 캐디를 합니다. 미국 등지에서는 캐디 없는 ‘셀프 라운드’가 대세입니다.

이런 풍토의 미국에서조차 최근 외부에서 ‘구매한’ 젊은 여성 캐디를 허용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답니다. 미국 동부의 캐롤라이나 지역에서만 50곳이 넘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에 소재한 ‘더 캐디 걸스(The Caddy Girls)’라는 ‘캐디 파견’ 회사는 현재 하와이,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댈러스, 애틀랜타 등 15개 주요 주와 도시에 지사를 두고 성업 중이랍니다. 홈페이지에는 전문 캐디협회의 교육을 받은, 실력이 검증된 500명 이상의 캐디를 프로필과 함께 올려놓았는데, 하나같이 8등신 미녀들입니다. 수영복을 입은 전신 사진부터 모델 뺨치는 포즈의 사진까지 올려놨습니다. 미녀 캐디를 고객이 직접 전화해 선택할 수 있고, 함께 18홀을 도는 데 149달러(16만4000원), 9홀은 89달러(9만8000원)의 수고비를 사전에 신용카드로 납부해야 합니다. 라운드 후 팁은 따로 줘야 합니다. 캐디들은 공이나 클럽을 닦거나 거리를 알려주고, 퍼팅라인을 조언하고, 카트를 운전하며, 캐디백을 메는 통상적인 캐디 업무를 합니다. 또 골퍼의 대화 상대가 돼주거나 시원한 맥주를 건네주기도 하고, 심지어 버디를 기록했을 때 ‘포옹’은 물론, 그 이상의 ‘낯 뜨거운’ 서비스가 포함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노골적인 ‘성 상품화’ 비난이 일고 있지만, 미녀 캐디 파견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답니다. 이용 행태도 다양합니다. 골퍼 한 명이 두세 명의 캐디를 고용하는 경우도 많고, 기업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용 토너먼트에는 많게는 수십 명의 캐디를 부른답니다.

이런 형태는 우리와 무관하고, 우리가 더 건전한 걸까요. 그동안 우리 주말골퍼들도 듣고 본 일이지만, 실제 우리와 미국의 차이는 ‘공개’와 ‘비공개’라는 것뿐이 아닐까요.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