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낸 문서 작성자 “나는 대답할 게 없다”

鄭, 권력투쟁개입설 관련
의혹-소송 제기 악순환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투쟁 의혹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사저널은 지난 3월 “박 회장이 지난해 말 정체불명의 사내로부터 한 달 이상 미행을 당했으며, 미행을 지시한 이는 바로 정윤회”라는 내용을 보도했고, 정 씨는 시사저널 기자들을 5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당시 박 회장은 김기춘 실장에게 강력 항의한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부에게 자신이 미행당한 사실을 알렸고, 민정수석실 간부는 경찰에서 파견된 부하 직원 A 경정에게 ‘박지만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 그러던 중 이를 내사하던 A 경정은 돌연 인사발령이 나 청와대를 나와 경찰로 돌아갔다. 박 회장 사건에 대한 내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대통령 측근’이 민정수석실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A 경정을 (경찰로)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이 밖에 시사저널은 정 씨가 청와대 실세로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보도한 바 있다. 정 씨는 이 같은 내용 모두를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 포함시켰으며 8월엔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정 씨와 비선 실세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A 경정과 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각각 1월과 4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전 비서관은 1994년 마약류 투약혐의로 박 회장이 기소되던 당시 수사검사였으며 마약류 투약 전과가 있던 박 회장에게 실형이 아닌 치료감호 처분을 내렸다. 조 전 비서관은 이때 박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퇴진 이유와 입장을 묻는 문화일보에 대해 문자메시지로 “죄송합니다. 비서는 입이 없습니다”라고만 밝혔다. 원대 복귀해 모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A 경정 현재 휴가 중으로 “나는 대답할 게 없다. 질문을 해도 답변을 할 게 없다”며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4월 “다른 길을 가고 싶다”는 말만 남긴 채 사표를 냈다. 정 씨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시사저널을 상대로 위자료 2억 원의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는 지난 19일 열린 손해배상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대리인을 통해 “2007년부터 직함 없이 평범한 사인으로 살고 있는데도 ‘정권 실세’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가족을 공격해 고통받았다”며 “정권 실세가 아니며 ‘만만회(이재만·박지만·정윤회)’라는 조직도 실체가 없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