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보고서 아냐”… 비서관 윗선 보고 안돼

野, 긴급 국회운영위 소집 국정농단진상위 구성키로

박근혜정부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받아 온 정윤회 씨가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농단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28일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언론사와 보도의 근거가 된 문건 유출자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늘자 세계일보에 난 청와대 관련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오늘 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보도에 인용된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됐는지 여부에 대해 “(기사에) 사진이 나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인정하는 발언을 했으나, 곧이어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의 문건은 서울 시내 한 경찰서 과장으로 일하는 A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1월 6일 작성한 것으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당시 A 경정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풍문을 모아놓은 동향 보고일 뿐 청와대 내부의 감찰 보고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 대변인은 당시 이 문건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됐는지 여부에 대해 “루머의 내용은 구두로 보고됐지만, 해당 문건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문건이 보고됐으나, 특정인으로부터 조사한 결과가 아닌 황당한 소설 수준의 풍문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더 이상의 윗선으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 대변인은 “당시 문건 내용과 관련해 내부적인 확인 과정을 거쳤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는 물론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A 경정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법적 대응의 주체에 대해 민 대변인은 “보도에서 (정 씨에게 국정 관련 보고를 정기적으로 했다고) 언급된 분들(청와대 직원들)이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정 씨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청와대 내부 인사들이 국정 정보를 교류하고 김 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긴급 소집을 요구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비상대책회의에서 국회 운영위 개최를 요구하고, 당내에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키로 의결했다”고 말해 이 문제가 일파만파로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