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회 볼모 ‘버티기’ 성공 … 與, 정국경색 부담 ‘일단 양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웃으며 시작 이완구(오른쪽 세 번째)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왼쪽 세 번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가 28일 오전 국회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최종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국회의장 정시처리 강조
與 공무원연금개혁 고려
野도 국회 파행 부담감

국회선진화법 성공 적용
野 강경파 반발이 변수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심사 시한을 이틀 앞둔 28일 일괄 타결을 시도했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뿐 아니라 법인세 및 담뱃세 인상, 누리과정 예산 지원 규모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비쟁점 법안들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키로 하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11년 만에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은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국고 지원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상당폭 수용하는 대신, 새정치연합은 12월 2일 예산안 처리에 더해 12월 9일 정기국회 폐회일까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100여 개의 비쟁점 법안 처리를 약속하는 등 여야 간 ‘빅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의로 국회는 파행 사흘 만에 정상화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 간 합의를 뒤집어온 새정치연합 내 강경파의 반발이 변수다.

여야에 따르면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회동을 통해 △누리과정의 내년도 예산 증액분과 관련, 야당 주장에 근접한 국고 지원 △대기업 비과세 감면 축소 △담뱃세 증세 △창조경제 및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을 포함한 주요 법안 통과 협조와 처리 법안 리스트 작성 등에 뜻을 같이했다.

누리과정 지원 규모와 이를 명기하느냐 여부를 놓고 여야가 회동 내내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전해져 세부 금액에 대한 논의는 오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의 경우 당내 의견 수렴 과정도 남아 있어 국회의 완벽한 정상화는 이날 오후 여야의 논의 과정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야 간 합의는 27일 여야 원내수석 부대표 간 오찬 회동에 이은, 오후 원내대표 회동에서 윤곽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난제였던 법인세 인상 문제는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담뱃세 인상 폭을 낮추는 쪽으로 논의가 오가면서 전격 타결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고 지원 규모와 이를 문서로 명기하느냐의 여부, 또한 담뱃세와 관련한 소방안전세 비중 문제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알았다. 좀더 생각해 보겠다”며 최종 담판을 이날로 넘겼다.

양당 원내대표가 하루 사이 기존 강경 입장에서 다소 선회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심리적 부담이 컸던 탓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원내대표가 연말에 정국이 경색되면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또한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14개의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예산안 단독 처리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하는 가운데 야당도 실리를 택해야 한다는 온건파 진영의 목소리가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날 합의가 최종 국회 정상화로 이어진다면 여야의 이완구.우윤근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정시 처리함으로써 헌법을 지키고 국회선진화법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첫 번째 원내대표 라인이라는 평가를 안게 될 전망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