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 1억5000만원 ‘인혁당’ 배상 감액 판결

1964년 1차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조작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28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대폭 감액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6부(부장 김필곤)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고 김상헌 씨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권력을 이용해 김 씨의 북파 사실에 대한 통지 의무를 위반해 유족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의무가 있다”며 “김 씨 사건은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다른 과거사 사건과 사안이 다르다는 점과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사망특별위로금 지급 기준을 감안해 배상액을 산정한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의 이 같은 판결은 지난 2월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하면서 제시한 판결 기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김 씨가 자발적으로 특수임무 수행에 임했고 사건 발표 당시 김 씨의 이름만 발표돼 가족들이 간첩 가족으로 몰려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심의 위자료 산정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 민사3부는 지난 2010년 항소심에서 국가가 28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 씨는 지난 1962년 육군 첩보부대의 북파공작원으로 선발돼 북파됐지만, 중앙정보부는 2년 후 김 씨를 남파 간첩으로 조작해 인혁당을 창당했다고 발표했다. 김 씨의 유족들은 북파 이후 김 씨의 생사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2008년 4월 국군 정보사령부로부터 김 씨가 1963년 특무임무 수행 중 전사했다는 내용을 확인받고, 김 씨에 대한 사망신고를 했다. 김 씨 유족들은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 결과를 토대로 총 75억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