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문건 유출 누가했나, 내용 사실인가… 檢 수사 ‘투트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논란의 정윤회 정윤회 씨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 스탠드에 앉아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신문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통화하는 金실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 문건 누가 어떻게 빼냈나… 朴경정 “유출한 사실 없어”
② 내용 진위 여부 논란… “한달에 2번 강남 中식당서 김기춘 실장 퇴진 등 논의”

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59) 씨 국정 개입 논란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검찰은 1일 수사를 ‘투 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과 보도된 문건의 사실 여부 수사를 각각 다른 수사팀에 배당하기로 했다.

◇급부상한 문건 유출 의혹 = 청와대는 세계일보가 지난 11월 28일 보도한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서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문건 유출과 관련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실상 청와대 문건이 맞다고 인정한 셈이 됐다.

이 문건의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이었다가 2월에 파견 해제된 박모(48) 경정을 유출 당사자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이 경찰로 돌아간 이후 세계일보에 지난 4월, 7월 연속해서 청와대 행정관, 비서관의 비위와 관련된 기사가 나왔고, 3월에는 시사저널이 정 씨의 박지만(박 대통령 동생) EG 회장 미행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박 경정은 해당 보도 당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경정이 문서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은 문서 유출 혐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박 경정은 1일 오전 7시쯤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시내 모 경찰서에 출근해 “문건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만 밝혔다. 박 경정은 이날 출근 2시간 만에 이틀간 휴가를 내고 귀가했다.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다른 인사가 문서를 무단 복사해 외부로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경정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유출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근무할 때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이날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박 경정이 짐을 놔둔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서 다른 경찰관들이 문서를 유출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정 씨 등 국정 농단 의혹 =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은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고 보도한 세계일보 기사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검찰에 고소했으며, 정 씨 측도 곧 고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정 씨가 이 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국정 개입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도된 문건에는 정 씨가 지난 2013년 10월쯤부터 강원 홍천에서 상경해 이 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十常侍)’들과 서울 강남 중식당에서 한 달에 두 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언급돼 있다. 여기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 문제와 관련된 얘기도 오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야당 등에서 정 씨의 국정 개입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정 씨가 현재 청와대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만났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 씨의 국정 개입 논란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당 문건을 입수해 사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으면 문건 자체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명예훼손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 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이번 보도 문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정 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선 이후 전혀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몇 차례 만난 사실만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더라도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김병채·강승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