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1.16배… 예술극장 등 5개원으로 단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과 주변 부지에 조성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예술극장(대극장)과 문화창조원 사이 로비에 뚫린 채광정.

5·18 현장인 옛 전남도청 부지
국내 최대 ‘문화전당’으로 부활

亞 문화콘텐츠 연구·창조·제작
해외각국에 유통하는 역할 담당

지하2~4층 대부분 유리로 시공
자연채광 잘돼 어두운 느낌 없어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내년 9월 개관을 앞두고 건축공사가 모두 마무리돼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 건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최대 현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 거점시설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주목받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규모가 큰 국내 최대 문화시설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거의 시도된 적이 없는 이 건물의 용도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문화전당은 아시아 동시대 문화·예술자원을 연구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조한 뒤 이를 공연·전시 등을 통해 시범적으로 보여주고 해외 각국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아시아 유일의 ‘문화 발전소’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과 주변 부지가 ‘상전벽해’의 변신을 한 점도 주목거리다.

◇전체 5개 원으로 구성=지난 25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부지에 건립된 아시아문화전당을 돌아봤다. 전당은 모두 5개 원으로 구성돼 있다. 신축 건물인 4개 원(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은 지난 10월 말 완공됐다. 총사업비 7000억여 원(보상비 포함) 규모로 2008년 착공된 지 6년여 만이다. 옛 도청 본관 및 회의실, 상무관 등 보존 건물 6개 동으로 이뤄진 민주평화교류원은 향후 수개월에 걸친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축 4개 원 내부에도 콘텐츠를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내년 9월 4일로 잡힌 전당 개관에는 차질이 없을 거라고 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건축 연면적(외곽주차장 포함)이 16만1237㎡로 국내 최대 문화시설인 국립중앙박물관(13만8135㎡)의 1.16배에 달한다. 신축 건물들은 지하 2층∼지하 4층으로 건축됐지만, 들어가 보니 지하 건물 같지 않았다. 우선 전당 한가운데에 위치한 ‘아시아문화광장’은 가장 낮은 곳이 지하 4층 깊이였지만 폭이 40여m, 길이 70여 m나 돼서 그런지 지하광장이란 느낌이 덜했다. 이 광장은 전통적인 ‘마당’ 개념을 도시적 차원에서 재해석해 도입한 것으로, 그 주변에 5개 원이 유기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건물 내부도 그리 어둡지 않게 느껴졌다. 70여 개의 채광정(採光井)을 통해 자연의 빛을 건물 내로 끌어들이고 외벽 대부분을 유리로 시공한 때문인 듯했다. 특히 어린이문화원은 유리판 300여 장을 케이블에 고정하는 공법으로 시공해 개방감을 최대한 살렸다.

신축 건물들의 지붕(옥상)은 인근 도로와 동일한 높이인 데다, 다양한 수목이 식재돼 도심 속 자연공원의 기능을 한다. 야간에는 수목이 채광정에서 흘러나온 빛과 어우러져 설계자(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의 의도대로 ‘빛의 숲’을 연출한다. 전당은 지하철(문화전당역)과 주요 노선버스 승하차장과도 연결돼 있고, 10여 개의 출입구가 있어 방문객들의 접근도 용이하다.

◇각 시설 기능 유기적 연계=인문·예술·과학이 융합된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생산하는 기능은 5개 원 중 문화창조원이 주로 맡는다. 문화창조원은 5개의 LAB(실험실)과 3개의 스튜디오에서 창작·제작한 콘텐츠를 6개의 복합전시관에서 시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높이 18m의 복합전시1관은 이스탄불 소피아 성당의 돔과 같은 건축물을 3분의 1 크기로 지은 뒤 그 안에 방 28개를 들여놓은 ‘집 속의 집’ 구조이다.

민주평화교류원과 문화정보원은 문화창조원의 창작·제작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한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건물(옛 도청 본관 등)들을 리모델링한 민주인권평화기념관과 아시아문화교류지원센터로 구성된다. 이곳은 민주·인권·평화의 보편적 가치와 아시아 문화를 연대·교류하는 공간이다.

문화정보원은 아시아 문화자원과 콘텐츠를 연구·개발하는 공간으로 아시아문화연구소, 아시아문화자원센터, 라이브러리파크 등으로 구성된다. 수장고와 국제회의실, 사무공간도 여기에 있다. 특히 도서관과 휴게 공간을 접목시킨 라이브러리파크는 최장 170여m에 달할 정도로 넓어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실험적 공연이 펼쳐질 예술극장은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과 518명 수용 가능한 중극장을 갖추고 있다. 대극장은 공연의 종류에 따라 10여 가지로 무대 배치를 바꿀 수 있는 가변형으로 설계됐다. 바닥도 유압구동식 플랫폼으로 돼 있어 객석의 높이를 조정할 수 있다. 빅도어(높이 20m)를 열면 외부와 연결돼 객석 확장 효과(최대 2000명)를 볼 수 있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 학부모, 교사 등을 위해 창작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통합적 교육공간이다. 문화예술콘텐츠개발센터와 어린이체험전시관, 창작교실, 공연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체험전시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전시·공연·교육 등의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 콘텐츠 제작과 운영의 총 책임자인 최종만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은 “전당은 문화콘텐츠 연구·개발은 물론 창작·제작에 이어 유통까지 하는 세계적으로 드문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 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