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18년새 알코올 20㎖ ‘증발’… 술술 넘어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말 송년 모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각종 술의 알코올 도수에 대한 궁금증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주류회사의 소주 생산 모습. 하이트진로 제공

한 해를 결산하는 각종 송년회, 모임이 몰려 있는 12월이 왔다. 술자리 역시 잦아지기 마련이다. 이미 지난 11월부터 온라인쇼핑사이트에서는 숙취해소 음료 등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알코올 소비량은 2012년 기준 1인당 평균 9.16ℓ로 적지 않은 양이다. 2011년의 경우 성인 1인당 소주 84병을 마신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포도주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철학자 플라톤), ‘이백두주시백편(李白斗酒詩百篇·이태백은 술 한 말이면 시가 백 편) 등 다소 낭만적인 술의 찬사가 전해 내려오기도 하지만 지나친 음주가 건강을 해친다는 건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이다. 연말을 맞아 알코올 도수의 ‘정체’와 주류 회사의 마케팅 전략, 자신에게 맞는 음주법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농도는 섭씨 15도에서 전체 용량 100도 분(分) 중에 포함된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의 용량을 뜻한다. 쉽게 말해 일정한 물에 함유된 알코올 농도의 비중인 셈이다.

국내 주류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간판 국민주’ 격인 희석식 소주의 예. 타피오카, 사탕수수, 고구마 등을 발효한 후 연속증류한 에탄올을 채취하여 주정을 만든다. 주세법상 무색무취하고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는 주정의 알코올 분은 95도 이상이어야 한다. 이 주정에 물과 식품첨가물을 가미하는데 주류회사 마다 식품첨가물은 통상 ‘영업비밀’에 속하기도 한다. 이렇게 에탄올과 물, 식품첨가물을 섞은 게 희석식 소주다. 쉽게 보는 소주병 용량 360㎖에 20도 소주라면, 72㎖의 주정과 288㎖의 물을 섞어 만든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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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 관계자는 “360㎖의 소주에 주정과 쌀 증류주 0.1%로 표기돼 있다면 주정 71.928㎖와 쌀 증류주 0.072㎖, 물 288㎖를 혼합해 만든 것으로 주정은 19.9%, 쌀 증류주는 0.1%, 물은 80%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소주는 1965년 ‘양곡관리법’, 1973년 ‘자도주 의무구입제도’ 등에 힘입어 성장하는 과정에서 25∼35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1996년 ‘시원’, ‘화이트’가 23도 소주를 출시한 이후 웰빙트렌드,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 젊은 층 중심의 음주문화 등으로 인해 20여 년 가까이 지속적인 저도화 현상을 보여왔다. 지금은 18도 이하가 저도 소주로 통칭되고 있다.

올 들어서도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을 18도에서 17.5도로 끌어내렸고 하이트진로도 ‘참이슬’을 18.5도에서 17.8도로 내리는 등 저도화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주류 회사들은 이런 과정에서 자사만의 맛을 추구한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0.5도 내리면서 허브식물인 스테비아 잎에서 뽑아낸 최고급 감미료인 ‘리바우디오사이드’를 추가했다. 알코올 특유의 쓴맛을 떨어뜨려 소주의 목넘김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에 특허를 취득한 천연 대나무 활성 숯 정제공법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 대나무 숯을 더 늘려 업그레이드했다. 역시 목넘김을 깔끔하게 하고 향을 개선해 숙취를 없애는 게 목적이다. 참이슬 제조과정에 쓰이는 대나무 활성 숯은 숙취 원인물질인 헥사날(Hexanal)과 이취(異臭)를 발생시키는 펜에틸알코올(2-Phenyl ethanol) 등을 없애는 데 효능이 있다고 하이트진로 측은 밝혔다.

반면에 일부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소주의 특성과 본질을 상실할 우려와 해외시장에서의 선전, 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외의 와인, 위스키, 보드카처럼 알코올 도수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한국주류연구원)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소주와 함께 가장 많이 소비하는 맥주의 경우 국산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4.2∼5도 사이인데 도수 원리는 소주와 같다. 맥주는 맥아, 홉, 물을 주원료로 맥아즙(맥즙)을 만들고 맥즙을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효모는 효모 숫자가 늘어나는 증식과 효모 자체의 에너지 영양원으로 사용된다”며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효모가 맥즙을 영양원으로 섭취할 때 그 대사의 산물로 발생하는 게 알코올인데 알코올이 많이 발생하면 알코올 도수가 높고 조금 발생하면 낮은 도수의 맥주가 된다”고 말했다.

농도가 높은 맥즙을 쓰면 알코올 생성이 많아진다는 의미로, 맥즙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전분질을 당류로 분해하는 공정이 알코올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맥주는 자연 효모로 발효시키므로 효모나 발효 당시의 환경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맥주회사들이 숙성된 원액에 정제수를 넣어 희석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놓고 마케팅 기싸움을 벌이는 것도 맥주 맛을 좌우하는 요소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희석식 소주를 제외하고는 증류를 통해 알코올 도수를 맞추는데 여러 번 정제를 거칠수록 순수 알코올이 남아 도수가 높아지게 된다”며 “쉽게 말해 맥주를 증류한 게 위스키, 와인을 증류한 게 코냑류의 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 농도를 표시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랑스인 게이 뤼삭이 만든 도수 표시를 쓰고 있다. 영국은 사이크가 고안한, 알코올 비중계에 의한 사이크 프루프(Proof)로 표시하는데 방법이 너무 복잡해 수출품목 상표에 영국식 도수가 아닌 미국식을 쓴다.

미국은 15.6도의 물 0에 에틸알코올 200을 프루프로 계산한다. 100프루프는 주정도 50%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주정도의 2배에 해당한다. 독일은 중량비율을 채택하고 있다. 100g의 액체 중 순 에틸알코올이 몇 g 함유돼 있는지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