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性교육·고민상담에 아플땐 간호사까지… ‘1人 3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 전주시 우아중학교의 김영순(오른쪽) 보건교사가 보건실을 찾아온 학생을 돌보고 있다.

“얘들아! 힘겨울 땐 언제든 보건실에서 보자.”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우아중학교의 김영순(여·48) 보건교사는 학생들 사이에 ‘해결사’로 통한다. 김 교사도 여느 보건교사와 마찬가지로 몸에 이상이 있는 600여 명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보건교육(성교육)을 위해 교단(1주당 8시간)에 선다. 그러나 김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보건교사 이상이다. 아이들의 마음속 고민까지 들어주는 상담교사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그래서 해결사 선생님이란 별명도 붙었다.

“아이들이 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덩치는 커졌는데 오히려 영양 불균형으로 체력은 약해졌어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학업에 눌려, 학원에 밀려’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스트레스와 고민까지 쌓이니 건강은 더 엉망이죠.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으로 보건실을 찾아오지만 정작 말문이 열리고 대화를 하다 보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몸에 이상증세로 나타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픈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인 치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담교사 역할을 할 수밖에 없죠.”

최근 두통 증세를 호소하며 보건실을 찾아온 2학년 여학생의 경우도 “정작 머리가 아프다기보다 학급 임원을 맡은 입장에서 교실 아이들의 수업 분위기가 엉망인데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고도의 스트레스에 머리까지 아픈 사례였다”며 “같은 반 임원들을 모아놓고 토론장을 마련해주니 자연스럽게 학급 문제가 해결되고 그 여학생의 두통도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로 26년 차인 김 교사는 “가벼운 두통과 복통부터 친구 관계로 고민하는 아이들까지 이런저런 사유로 한 달에 보건실을 찾는 학생이 600여 명에 이른다”며 “(보건실에서) 재잘재잘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저절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통에는 반드시 ‘사랑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인성이나 건강 문제도 가정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학교에서 잠깐 설문조사를 해 보면 학부모와 온 가족이 함께 밥상 앞에 앉아 식사하는 비율이 40%도 안 된다”며 학생들 평소 식습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손가정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정도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며 나 홀로 식습관 때문에 편식과 군것질이 난무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교사는 학부모를 만나거나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고, 잘 놀자(학업 포함)’는 ‘네 가지 생활 패턴’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 교사가 말하는 ‘네 가지’ 중 세 가지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식욕, 수면욕, 배설욕인데 이 같은 인간 기본 욕구가 억제당하거나 왜곡된 채 ‘학업’만 강조될 때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병이 깃들게 돼 있다는 것.

김 교사는 특히 “매번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학원을 가거나 시험 공부하기) 바빠서,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잠도 못 자고, 화장실도 못 들렀다 오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 결국 학부모들이 강조하는 학습권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더 먼 미래를 생각할 때 (학생들의) ‘건강권’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사는 “전북지역 209개 중학교 중 86개 학교에만 보건교사가 배치돼 41%의 배치율을 보이고 있다며 초·중·고교(766개) 전체 61% 배치율에 비해 중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이 크게 밑돌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