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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05일(金)
‘삶을 담은 공간’ 서울의 건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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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건축 만담 / 차현호·최준석, 아트북스

건축이란 단어에는 까닭 모를 ‘폼’이 묻어난다. 크건 작건, 내 소유건 남의 소유건, 우리 모두는 ‘집’이라는 건축물 속에 살고 있지만, 집과 건축물은 어딘지 다르게 느껴진다. 전자는 친숙하지만 후자는 약간 멀다. 어떤 이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이타미 준(伊� = �), 자하 하디드와 같은 세계적인 인물 혹은 김원, 김수근과 같은 국내 저명한 건축가부터 떠올리는 게 ‘건축’이겠고, 어떤 이는 건설의 한 부분, 그저 집 짓는 일, ‘공구리(콘크리트)’ 좀 치는 일 정도로 여기는 게 ‘건축’이기 때문일 터. 이 같은 몰이해가 슬펐기 때문일까. 필시 입담 또한 좋으리라고 여겨지는 (글을 읽어보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두 명의 건축가가 서울을 한 바퀴 돌며 ‘일상의 건축’을 이야기한다.

마포대교, 숭례문, 세운상가, 충정아파트, 경인찻집, 남영동 대공분실, 환기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등. 시작은 공간이지만, 책은 결국 그것이 담아온 (그리고 계속 담아갈) 삶을 파고든다. 각각을 위로·추억·자유·갈등·기억·소통의 공간으로 명명하며. 같은 듯 서로 다른 두 저자의 ‘수다’를 따라가다 보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차지하고 있는 좌표, 나아가 우리 삶이 위치한 지점이 보인다. 특히 주거니 받거니 만담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생각의 완급조절’을 돕는다. 잘 지어진 건축물처럼 책도 균형을 잡고 있는 셈.

“국보 1호 숭례문.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복원에 급급해 원상태로 되돌리는 행정 편의적 계획보다 실제적 상처를 만지고 치유하며 본래 이 장소가 가진 가치를 재조명하는 도시 문화적 차원의 복원이 필요한 건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최준석) “명절마다 경복궁 앞에 바글거리는 인파를 보고 있으면, 서울 중심에 잿더미로 남은 경복궁보다는 부족하나마 현재의 모습이 좋지 않나 싶다. 그러니 나는 숭례문 복원에 한 표 던지는 쪽이다.”(차현호)

옥신각신 혹은 사이좋게 생각을 나누는 두 남자는 “건축과 도시를 빙자한 신변잡기 에세이 정도”라고 겸손해 하지만, 괜한 폼 잡지 않고 쉬운 단어와 재기발랄한 문체가 가득한 책은 그간 발간된 어떤 건축 전문 서적에 뒤지지 않을 만큼 풍성한 정보와 예리한 식견을 담고 있다. 잘 알면 잘 아는 대로, 잘 모르면 잘 모르는 대로 서울이라는 도시와 건축의 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데에 더할 나위 없는 길잡이가 된다.

“극심한 주택난으로 몸살을 앓던 경성에서 4층짜리 신식 아파트는 선망을 넘어선 환상에 가까웠으리라. 그렇게 화려한 젊은 한때를 보내던 이 신식 주거지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파트 지하실은 주민 학살 장소로 쓰였는가 하면 수복 후에는 유엔 전용 호텔로 사용되면서 주말마다 옥상 파티가 열리곤 했다고 전한다.(중략) 만일 충정아파트가 극적으로 살아남는다면 80년이나 된 근대 건축물이라서가 아니라, 80년 동안 거쳐 간 수많은 김 씨, 박 씨, 최 씨, 이 씨들의 기억과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살아가는 현재진행형의 구체적인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차현호)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은 1㎞에 달하는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녹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말끔히 청소하듯 치워져 공터가 될 운명의 기로에 선 것이다. 같은 땅에 밀고 짓고만 세 번(삼세판도 아니고)이니 팔자가 센 땅이다. 하지만 사업성 실현

논란과 각종 민원에 계획은 표류를 거듭했고, 최근 철거가 아닌 ‘존치 후 보수’로 최종 가닥이 잡혔다. (중략) 45년 전 김현옥 서울시장은 ‘세운(世運)’이라는 이름을 지으며 ‘세상 온갖 좋은 기운’이 이 건물에 모이길 바랐을 것이다.”(최준석)

무엇보다 책은 매우 재미있다. 무턱대고 찾아간 마포대교에서 난간과 대화(?)를 나누다가 난간이 “삶이 다 그런 거지 뭐”라고 위로하자, 저자는 울컥해서 “그렇긴 뭐가 그래”라고 외치고 돌아온다. 또 건축일을 10년 이상 하고도 누가 좋아하는 건물을 물으면 여전히 피라미드라고 답해 부끄럽다는 고백 등 건축계에 몸담고 있지만 ‘보통’ 서울 시민에 가까운 책의 시선이 친근해 피식하고 자꾸 웃음이 난다. 그건 두 저자가 책에서도 밝혔듯, 건축이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일상을 담는 존재임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책은 ‘건축이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다들 특정한 장소에서 첫 키스를 했을 테고, 첫 이별에 눈물을 흘렸을 텐데, 기타 등등의 사건만 남아 있고 사건이 일어났던 공간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사실 첫 키스의 순간에 곁눈질하며 ‘주변 공간이 이렇게 생겼군’ 하고 딴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테니 공간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봐야 하는 걸까? ”

책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청 신청사 건축과 관련한 뒷이야기도 과감하게 풀어낸다. 공공건물 건축설계 시스템과 관련한 건축가로서의 비애와 과제, 또 건축을 문화로 인식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토로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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