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15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05일(金)
인간은 공기가 응축된 경이롭고 복잡한 ‘물질’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인간은 결국 탄소, 나트륨, 인, 철 등 원자들이 결합해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반니 제공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 커트 스테이저 지음, 김학영 옮김 / 반니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영국국교회 장례식에서 흔히 읽어주는 글귀다. 창세기의 한 구절을 인용한 이 경구는 위안을 줄지 모르지만 화학이나 생물학적 지식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 구절을 처음 쓴 사람에게 인간이 탄소 원자 등의 공유 결합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중요치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보자. 사람이 죽어 화장터에 가면 유가족은 2∼3㎏ 정도의 내염성 잔해를 건네받는다. 이는 나트륨염과 칼륨염 가루, 뼈에서 유래한 인산칼슘 등 자연을 이루는 성분이 주를 이룬다. 또한 화장 도중 인체에서 나온 물과 이산화탄소는 연무가 되어 바람 가는 대로 날아가 자연과 한데 섞인다. 우리가 죽으면 ‘돌아간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사실은 꽤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말인 셈이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의 저자 커트 스테이저는 인간의 존재를 철학 혹은 신학적 관점이 아니라 양자물리학 관점에서 접근해 파악한다. 이에 따르면 세상 모든 만물의 본질은 원자고, 공기가 응축된 경이롭고 복잡한 덩어리인 인간 또한 원자로 구성된 하나의 ‘물질’에 불과하다. 이런 대전제 아래서 저자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산소와 수소, 철, 탄소, 나트륨, 질소, 칼슘, 인 등 8가지 원자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해석한다.

과학이라면 넌더리가 나고, 원자기호만 봐도 머리가 아파지는 독자는 다소 어려운 책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가 전문 과학 서적과 다른 점은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예시를 통해 쉬운 접근이 가능토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번째 챕터인 ‘오래된 유산, 칼슘’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자는 뼈를 소재로 삼는다. 엑스레이(X-ray)를 찍을 때를 제외하고 자신의 뼈를 본다는 것은 대단히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 인간의 인생을 추적해나가는 데 뼈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측면에서 뼈는 원소 결합이 만들어낸 가장 값진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뼈는 지문만큼이나 고유하다. 겉보기에는 활성이 없는 막대기나 돌을 닮았지만 뼈는 살아 숨쉬고 있으며 주변 환경에 역동적으로 반응한다. 규토질 광물로 이뤄진 도자기의 질감이 뼈와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한 번 금 간 도자기는 돌이킬 수 없는 반면, 부러진 뼈가 돌보다 딱딱하게 다시 붙는 건 칼슘과 인 등의 유기적인 작용 덕분이다. 출산 후 수유하는 여성이 “뼈마디가 쑤신다”고 하는 건 아기가 먹을 젖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칼슘과 인을 엄마의 뼈에서 끄집어내는 탓이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를 나눠주며 2세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통상 ‘파란 종족’ 하면 애니메이션 스머프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파란 인간도 있다. 미국 켄터키 동부 지방의 고지대에 살았던 프랑스 이민자 마틴 푸가트는 푸른 피부를 가진 아이 넷을 출산했다. 영유아청색증을 의심한 간호사들은 수혈을 준비했지만 아이의 할머니는 “트러블섬크리크에 산다는 파란 푸가트를 모르시오”라며 노발대발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많은 이들이 파란 인간을 돌연변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하나 묻자.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있는 푸른 몽고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는 붉은색을 띠는 헤모글로빈을 운반하는 철이 다른 물질에 전자를 뺏기며 탁한 갈색으로 변한 후 피부를 투과하며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푸른 인간은 원자 구성 과정에서 몽고점이 온몸에 발생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런 과학적 설명이 없다면 파란 인간들은 괴물로 치부되며 구경거리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었다.

인간을 원자의 집합 정도로 정의한다면 존엄성을 해친다고 질타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의 하나로 이 책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사망한 낙태의사 집에서 태아사체 2246개 발견
▶ “사범님을 감옥으로” 성 피해 초등생, 판사에게 편지
▶ “죽은 채로라도 체포한다”… 대통령 경고에 505명 자수
▶ ‘경찰 없는데 뭐 괜찮겠지’ 큰코다쳐…
▶ “성폭행하려던 남성 살해 소녀 강제 순결 검사”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미국 일리노이 북부 윌 카운티의 졸리엣에서 지난 주 사망한 낙태전문 의사의 집에서 의학적으로 보존된 태아 시신이 무려 2246개나 발..
mark“성폭행하려던 남성 살해 소녀 강제 순결 검사”
mark볼턴, 경질 사흘만에 정치활동 재개…트럼프 겨냥하나
홍대앞 술집 ‘인공기·김일성 부자 사진’ 장식 논란
“죽은 채로라도 체포한다”… 대통령 경고에 505명..
“사범님을 감옥으로” 성 피해 초등생, 판사에게 편..
line
special news 류현진 완벽 부활, 메츠전 7이닝 무실점 ERA 2...
2피안타 6K로 34일 만에 무실점 투구…6년 만에 규정 이닝 돌파사이영상 경쟁자 메츠 디그롬도 7이닝 8K..

line
억만장자가 된 입양아…딸의 테니스 경기 보러 45..
‘경찰 없는데 뭐 괜찮겠지’ 큰코다쳐…
이학재, ‘曺퇴진 촉구’ 단식 농성…“몸 던져 폭정 막..
photo_news
손흥민의 ‘추석 선물세트’…시즌 1·2호 멀티골..
photo_news
임성재, PGA 밀리터리 트리뷰트 3라운드서 공..
line
[파워인터뷰]
illust
“檢 비대화 문제지만…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지휘 바람직하지..
[Consumer]
illust
‘스포츠계 노쇼’ 보호장치 아예 없어… ‘날강두’ 사태 언제든 재..
topnew_title
number 취객 ‘괜찮다’는 말에 경찰 떠난 뒤 사망… 법..
윤창호씨 사고 1년뒤 올해 추석연휴 음주운..
“기침하다 앞쪽 못 봐”… 시내버스 인도로 돌..
이낙연 총리의 추석 연휴 ‘독서 키워드’는 ‘평..
hot_photo
마마무 휘인 솔로곡 ‘헤어지자’, ..
hot_photo
70억원짜리 초호화 ‘황금변기’ 英..
hot_photo
정민아 “안락사, 어떤 입장도 비..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