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4500원중 3318원이 세금… “7년뒤 흡연율 하락 5.6%P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담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한 편의점에서 흡연자가 담배를 한 번에 여러 갑 집어 들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지난 2일 담뱃값 인상 관련법을 통과시키면서 한 갑에 2500원인 담뱃값이 내년부터 4500원으로 2000원 오르게 됐다. 한꺼번에 80% 뛰는 셈으로 담뱃값 인상은 지난 2004년(500원 인상)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금연 대책의 일환으로 담뱃값 인상안을 내놨지만 담뱃갑 경고그림 게시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면서 ‘반쪽짜리’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의 과정과 증세 논란이 불거진 배경, 세수 확보액과 쓰임, 실제 금연 효과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언제부터 오르나

담뱃값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4500원으로 2000원 오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지만 물가상승 우려, 흡연자 반발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담뱃값 인상에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이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9월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담뱃값이 65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 담뱃값이 가장 저렴하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구체적인 안(案)이 공식 발표된 것은 지난 9월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서다. 복지부는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고 담뱃갑에 흡연 폐해를 경고하는 그림을 넣는 것을 골자로 하는 ‘종합금연대책’을 내놨다. 국회로 넘어간 뒤 야당이 1000∼1500원의 인상 폭을 주장하며 진통을 겪었다. 결국 인상폭을 2000원으로 유지하고 대신 개별소비세 중 일부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돌리는 방식으로 여야가 합의했다.

2 세수확보 얼마나 되나

정부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국세 1조2000억 원을 포함해 총 2조8000억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기준으로 보면 유통마진과 제조원가가 950원(38%)이고 나머지 1550원(62%)은 세금과 부담금으로 구성돼 있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와 폐기물부담금 234원 등이다. 이번 관련법 개정으로 담배 한 갑의 유통마진과 출고가는 1182원, 담배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가 433원으로 오르게 됐다. 특히 국세인 594원의 개별소비세가 추가로 붙게 됐다. 개별소비세 중 20%는 소방안전교부세로 전환된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율이 20%, 9억 갑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걷는 세수가 5조5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 세수 어디에 쓰이나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확대분을 금연대책 등 국민 건강증진과 소방 등 안전 투자 예산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추산한 세수 증가분 2조8000억 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87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부담금 증가분을 금연지원, 청소년 흡연예방 사업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지방재정 충당에도 세수가 쓰인다.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로 이번 세수 증가로 76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 지방자치단체나 시·도 교육청 예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개별소비세 증가분 중 3400억 원은 소방안전교부세로 배정돼 소방 안전 재원으로 사용된다. 개별소비세는 8300억 원, 부가가치세 1000억 원은 국고로 중앙정부 예산으로 쓰이게 되고 400억 원가량의 폐기물부담금 증가분은 환경부로 들어가 재활용이나 매립시설 구축에 사용된다.

4 담뱃값 누가 어떻게 정하나

담뱃값 조정은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안(案)을 만들어 국회에 넘기면 국회의원들이 결정하게 된다. 담뱃세를 구성하는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법에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개별소비세는 개별소비세법에서 다루고 있다. 지방세는 행정자치부가, 국민건강증진법은 복지부가, 개별소비세법은 기재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담뱃값 인상론이 나오면서 각 정부부처는 겉으로는 금연과 건강증진을 외치면서도 물밑에서는 치열한 세수 확보 ‘전쟁’을 벌였다. 복지부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행자부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세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기재부는 국세 확보를 위해 개별소비세를 신설했다.

5 국내 흡연실태와 영향은

국내 흡연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영향조사에서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24.1%로, 성인 10명 중 2명 이상은 흡연자인 셈이다. 특히 성인남성 흡연율은 42.1%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Health Data) 기준인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2012년 기준)은 우리나라가 37.6%로 OECD 평균(25.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복지부는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현재 40%가 넘는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2020년에 36.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복지부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경우 흡연자의 32.3%가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의 2020년 목표치인 성인남성 흡연율 29.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담뱃값 인상 외에 금연광고 규제, 금연구역 확대 등 비가격적 정책을 함께 추진하면 2020년까지 흡연율이 28.1%까지 줄 수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6 대안으로 전자담배 부상한다는데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 시장을 틈새시장으로 보고 국내 진출을 서두고 있는 데다, 국내 흡연자들도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인식하면서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판매량은 7220ℓ로 2012년 4310ℓ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전자담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일본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은 일본에서 유통되는 전자담배의 증기에 포함된 성분을 분석한 결과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됐으며,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일반 담배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최대 10배가 많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인체에 독성이 강한 1급 발암 위험 물질로 분류된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사는 “전자담배에는 디에틸렌글리콜, 메탄, 포름알데히드, 메탄올, 스테아르산 등의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며 “냄새와 연기가 없어 과도하게 피울 수 있어 오히려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전자담배에 발암물질 표기를 의무화하는 ‘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있다.

7 해외 담뱃값은 얼마나 되나

해외의 담뱃값은 우리나라보다 비싸고, 세율도 높다. WHO가 전 세계 주요 36개국을 상대로 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담배의 가격(2012년 기준)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미화 2.2달러로 중국(0.8달러)과 태국(1.8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저렴했다. 담뱃값이 가장 비싼 나라는 14.5달러인 노르웨이였으며, 이어 호주(14.4달러), 뉴질랜드(11.6달러), 아일랜드(11.2달러), 영국(10.3달러) 순이었다. 주요국 중에서 프랑스 7.7달러, 독일 6.3달러, 미국 6.1달러 등이었으며, 이웃 나라 일본도 5.3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비쌌다.

담뱃값에 붙는 세율도 우리나라는 61.99%로 36개국 중 32위로 낮은 편이다. 슬로바키아가 담배에 83.99%의 세율이 붙어 가장 많았고, 헝가리(83.66%), 이스라엘(83.53%), 그리스(82.16%), 칠레(81.24%) 순으로 많았다. 이외에 영국 80.12%, 프랑스 79.86%, 독일 73.03% 등 36개국 중 27개국의 세율이 70%를 넘었다. 일본의 담배 세율은 64.49%이며,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각 42.93%, 40.76%였다.

8 담뱃갑 경고그림 어떻게 됐나

정부가 담뱃값 인상 정책과 함께 추진한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조항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조항은 예산부수 법안에 포함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제외됐다. 흡연 경고그림은 담뱃값 인상과 함께 대표적인 금연정책으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의 약 50%인 77개국이 이미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FCTC를 비준함에 따라 3년 이내에 관련법을 도입했어야 했지만,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담뱃갑 경고그림이 그동안 수차례 발의만 되고 통과되지 못한 것은 담배회사의 로비 때문에 무산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국회가 이런 불명예스러운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오늘부터라도 그동안 수차례 발의됐던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법안들을 심의해 연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직후 ‘담배 매점매석 행위에 관한 고시’를 내놨다.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담뱃값이 인상되는 날까지 시행되는 이번 고시는 매점매석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제조·수입판매업자는 올1∼8월 월평균 반출량의 104%를 초과하면 안 되고, 도·소매업자도 같은 기간 월평균 매입량의 104%를 초과하면 안 된다.

9 사재기 단속은 어떻게

정부는 담뱃값 인상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던 지난 1일 ‘합동단속 및 시장질서 교란 방지대책’을 논의하고 12월 한 달간 고시에 근거해 담배 매점매석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속반이 지역별로 제조업자·수입판매업자, 도·소매업자들을 단속한다. 단속 결과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또 해당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도 추진할 방침이다. 매점매석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의 사재기 단속은 개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일부 대형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자체적으로 1인당 판매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10 정부 금연정책은

금연정책은 크게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으로 구분된다. 가격정책은 담뱃값 건강증진부담금을 책정하는 것이다. 지난 1997년 갑당 2원의 부담금이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2002년에 15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이후 2004년에도 담배부담금을 150원에서 354원으로 인상해 담뱃값이 500원 오르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1년에는 전자담배에도 부담금이 부과됐고, 올해 물 담배·씹는담배·머금는 담배 등 신종담배에도 부담금이 부과되도록 법이 개정됐다.

비가격정책은 금연구역 확대, 금연보조제 지원, 담뱃갑 경고그림, 청소년 흡연예방 활동 등 다양하다. 1986년에 담뱃갑에 경고 문구가 표기되고, 담배광고가 제한된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95년에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금연구역이 지정되기 시작했으며, 2002년에 담배 성분 중 타르와 나트륨 성분이 담뱃갑에 공개되도록 의무화됐다. 2009년 군면세 담배가 폐지됐고 2011년 공중이용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복지부는 앞으로 청소년, 여성, 저소득층 등 맞춤형 금연서비스 지원, 금연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등의 금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수진·이용권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