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15명에 611억… FA 몸값은 성적 아닌 ‘시장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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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선수면 더 많이 지불… 타구단서 욕심내면 몸값 올라

2014 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11월 11일 삼성의 정규 리그·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위업 달성과 함께 막을 내렸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종료와 함께 야구의 열기도 끝나는 것은 아니다. ‘스토브리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는 원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야구의 비시즌 기간을 ‘팬들이 겨울철 난로 옆에 모여앉아 응원하는 팀의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트레이드, 기존 선수 재계약 소식 등에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내년 시즌을 기대하는 시간’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대형 FA 계약이 이뤄지는 시기여서, 비시즌 기간의 열기도 스토브리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뜨겁다. 특히 올해는 FA 신청 선수 19명 중 4명이 미계약 상태에서도 전체 611억1000만 원으로 금액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FA 제도 도입 첫해인 1999년 계약 총액 24억2500만 원의 25.2배에 달한다.

◇FA ‘몸값’ 왜 올라가나 = 지난 2004년 심정수의 60억 원 기록은 지난해 강민호(29·롯데) 등 2명이 70억 원 이상에 계약하며 9년 만에 깨졌다. 이어 올해는 최정(27·SK) 등 3명이 한꺼번에 80억 원대에 진입했다. 앞으로 4년간 최정의 평균 연봉은 11억 원. 그런데 올해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400만 원이었고, 내년부터 300만 원 올라 2700만 원이 된다. 이처럼 큰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FA의 계약 규모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성적 고과가 아닌 ‘시장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덕주 삼성 운영팀장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FA 몸값 산정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공식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며 “FA 계약 협상에서는 시장 상황이 가장 큰 변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구단은 해당 선수가 꼭 필요하다면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때도 있다. 오현표 KIA 운영실장은 “해당 FA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따져 적정가를 책정하지만, 이 금액은 협상을 시작하는 출발점일 뿐”이라며 “성적으로만 몸값을 산정하면 어떻게 수십억 원의 장기 계약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FA들의 계약 규모가 올해 FA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준 금액부터 매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선수 입장에서는 ‘지난해 어느 구단의 FA가 얼마를 받았으니, 나는 그 이상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FA는 대개 한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이른바 ‘프랜차이즈 스타’여서, 드러난 성적보다 ‘플러스 알파’를 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몇 개 구단이 이 선수에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등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강민호는 유일한 대형 포수이자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올해 장원준은 희소가치가 높은 10승대 왼손 선발투수란 점에서 시즌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음에도 많은 돈을 손에 쥐었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몸값 폭등 속에 구단 측 안전장치인 ‘마이너스 옵션(일정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연봉을 깎는 것)’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사전 접촉, 계약 후 부상 등 제도 맹점도 뚜렷 = 장원준은 롯데의 88억 원 제안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다가 84억 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두산은 장원준이 원한 금액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계약 기간이 6년일 것’이라거나 ‘발표와 달리 계약 총액이 100억 원대에 달했을 것’이란 설이 끊이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장원준이 롯데 제안을 거부했다고 발표되자마자 “이미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이 있고, 합의가 끝났을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탬퍼링(사전 접촉) 금지 규정 때문에 계약 발표만 미뤄졌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야구 규약에는 원 소속구단 독점협상 기간에 다른 구단이 접촉하면 계약 무효화와 3년간 1차 지명권 박탈, 선수는 1년간 임의탈퇴 공시 등 제재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탬퍼링을 적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구단들의 푸념이다.

거액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FA 선수가 첫해부터 부상으로 이탈해도 구단으로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 모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다 보니, 선수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을 때 보험사를 통해 구단이 연봉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구단이 전부 감수해야 하고, 그런 보험을 들어주는 보험사도 없다”고 말했다.

◇스토브리그의 다른 축, 비(非) FA 연봉협상 = 스토브리그라면 FA가 먼저 떠오르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 협상도 비시즌 기간의 중요한 축이다. 시장 상황에 좌우되는 FA 계약과 달리 일반 선수 연봉은 구단별로 성적 고과에 따른 산출 시스템에 따라 책정돼,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구단은 갑, 선수는 을’인 구도로 진행된다. 구단은 타율, 타점, 평균자책점, 승리 등 기본적인 공식 기록 외에 안타 숫자가 같더라도 결승타가 몇 개인지, 경기 흐름을 내준 실책을 저질렀는지 등을 경기마다 기록해 연봉 산정에 활용하고, 코칭스태프 평가와 1군 등록 일수 등도 고려된다. 구단 제시액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결정을 요청하는 연봉조정신청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조정위원회를 거쳐 연봉이 결정된 20건 가운데 선수가 승리한 것은 2002년 LG 유지현이 유일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