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학습 병행제와 제조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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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탁 /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 제조업의 위기다. 2011년 13.6%였던 제조업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0.5%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지수는 2010년 3위에서 지난해 5위로 떨어졌다.

그래서 정부가 제조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6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하고, 정보기술(IT) 및 소프트웨어와의 융합을 통해 제조업을 고부가 신(新)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제조 공장의 스마트화다. 2020년까지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 1만 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자동화된 스마트 공장이라 해서 사람이 덜 필요한 건 아니다. 오히려 숙련 기술자와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의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숙련 기술인력이 있어야 전체 공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첨단 지식은 신기술 개발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제조업 전반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기술인력 부족 인원 중 76.9%가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했다. 제조업 품질을 좌우하는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업종도 사람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2013 뿌리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50~199인 규모의 뿌리기업의 기술 개발에 가장 큰 애로사항이 ‘기술인력 부족’(29.7%)이라고 한다. 젊은 인재 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우수한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기술인력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겪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기술 단절까지 우려하고 있다.

기계 산업의 인력부족률(5.35%) 역시 전체 산업 평균치(4.3%)를 넘어설 만큼 문제로 지적됐다. 개별 기업들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이 함께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기계산업 분야 인적자원개발협의체(SC)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이러한 산업계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추진하는 일·학습 병행제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학력에 상관없이 청년층을 채용해 현장의 숙련 기술자가 기술을 가르치고 대학 등에서 이론 교육을 병행해 기술과 지식을 겸비한 인재로 키우자는 취지다.

처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적극적으로 제도를 알아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기계산업이야말로 현장 기술과 이론 교육의 병행이 필수적이라 판단, 진흥회 자체 일학습지원센터를 만들고 회원사를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알렸다. 점차 관심과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한 기업의 성과를 듣고 먼저 찾아오는 기업이 있을 정도다. 그 결과 전체 2000여 일·학습 병행 참여 기업 중 절반 정도가 기계 분야일 만큼 회원사 참여가 적극적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다. 인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에 속도가 날 리 없다.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부 정책도 우수 인재 육성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산업계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전문인력을 공급함과 동시에, 중소기업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가 판을 깔았다면, 열매를 맺는 건 산업계의 노력에 달렸다. 기업은 자체적인 인재 양성 체계를 갖추는 데 동참하고, SC는 기업 수요를 파악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는 등 기업과 SC가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기업과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업이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 SC의 노력이 대한민국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