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디지털’을 말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 확장된 감각이자 공기인 시대입니다. 2009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부분은 하루에 최소 8시간 30분 정도를 TV, 컴퓨터 모니터, 이동전화 화면과 함께 보낸다고 합니다. 이때 이들은 둘 혹은 세 개 화면을 동시에 이용합니다. 디지털 강국인 한국은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리라 짐작합니다. 디지털은 사람의 생각을 조직하고 전하는 언어가 됐고 사회 중추신경의 일부가 됐습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 디지털 문화·디지털 세대를 분석한 책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디지털에 대한 예찬 혹은 비판입니다. 디지털이 자유를 확대하고, 연대를 만들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집단 지성을 만든다는 ‘유토피아론’이 예찬론이라면 비판론은 디지털의 여러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지적입니다.

지난주 나온 마크 바우어라인 미 에머리대 영문과 교수의 ‘가장 멍청한 세대’(인물과 사상), 이번 주 출간된 이정춘 중앙대 명예교수의 ‘생각이 사라지는 사회’(청림) 역시 디지털 비판론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디지털 기술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류 혹은 디지털 세대의 정신적 발전은 보잘것없다는 것입니다. 바우어라인 교수는 지식, 독서, 영상, 학습, 미래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디지털 세대를 분석한 뒤 인류 역사상 물질적 조건과 지적 성취 사이에 이토록 깊은 골을 만든 집단은 없었다고 단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로버트 맥체스니 일리노이대 교수의 ‘디지털 디스커넥트’(삼천리)는 이 같은 예찬론과 부정론을 모두 비판하며 제3의 시선을 요구합니다. 저자는 디지털을 유토피아로 보는 예찬론과 지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론 모두 디지털이 자리한 자본주의라는 더 큰 환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 취약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2010년 ‘아랍의 봄’ 혁명을 이끌어낸 주인공으로까지 평가받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이 이제 미국에서 더 이상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사회적 대중 소통 공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권력은 이를 상대로 강력한 통제 활동을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펼치고 대중의 의사와 표현을 검열하고 사생활을 통제해 궁극적으로 민주적 여론과 민주 정치의 가능성을 막는다고 합니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 변화에 따라 민주주의, 자유, 공공성의 미래가 결정된다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능동적으로 개입하라고 조언합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현실적이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현실과 이상이라는 두 축을 놓치지 말라는 그의 조언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