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대변수는 人口… 소비, 46세 이후 급락…韓, 2018년 ‘식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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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인구 절벽이 온다 / 해리 덴트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인구변동은 운명이다.’ 인구와 소비 변화를 변수로 한 경제 전망과 투자 전략의 권위자, 해리 덴트에게 사회학자 오귀스트 콩트의 이 말은 세상과 경제를 해석하는 확고부동한 틀이다. 인구와 인구 변동 추이, 이에 따른 소비 변화를 보면 세계 경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틀로 많은 이들이 미국 추락을 예상했던 199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견인한 경제 호황을 예측했고, 일본이 미국을 앞설 것으로 보였던 1990년대, 일본 몰락을 전망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빼고 그 이론의 핵심만 간추리자면 한 경제 단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구, 소비를 창출하는 인구 수이고, 한 가계의 소비가 정점에 이르는 때는 가장의 나이가 46세(한국 나이로는 47세)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많고, 많은 이들의 나이가 46세에 이르면 호황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 반대로 이 화려한 절정 후, 전 세대보다 인구가 적은 세대가 뒤따르며 소비가 하락하는 시점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이다. 바로 세계가 지금 처한 상황이다.

저자는 선진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2007년, 독일과 영국은 2013년,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도 2013년에서 2018년 사이에 대규모 인구 집단의 소비가 정점에 올랐다 꺾인 뒤 ‘일본식 식물경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한국은? 2018년이 인구 절벽이라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다. 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 절벽 상황을 살피고 특히 일본의 식물경제, 중국의 버블 등을 자세히 분석하는데, 본문과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 상황도 꽤 자세히 전하고 있다.

덴트 연구소 창업자인 저자는 한국이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간다고 봤다. 근거는 일본에서 출산 인구가 가장 많았던 해가 1949년, 한국은 1971년이라는 22년 격차 때문이다. 가장이 47세일 때 가계 소비가 정점이라 했으니 일본의 소비 정점은 1996년, 한국은 2018년으로 계산된다.

소비 정점은 곧 ‘인구 절벽’이라는 하락의 또 다른 말이다. 게다가 한국은 많은 선진국의 에코붐 세대(1976∼2007년 출생자)가 없어 장기 하락세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이 선진국 중에서 인구 절벽을 가장 늦게 맞는다는 점이다. 일본은 1990년 중반,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인구 절벽을 맞았다. 중국의 인구 절벽은 2025년이지만 저자는 중국의 경우 완만한 S자 성장을 이루지 못한 데다 사회·정치적 문제로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때 중국이 상품 시장을 구원할 것으로 보지만, 저자는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의 버블 붕괴는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자 한국에 가장 타격을 입힐 요인으로 꼽았다.

저자는 버블의 원칙은 버블이 시작된 지점 혹은 그 아래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중국의 버블도 예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기회의 또다른 이름이다. 국가, 기업, 개인 모두 사상 최대 규모의 부채 버블이 구조 조정되고 인구 구조 추이가 다시 올라가는 2020년 초부터 열릴 차기 호황기를 위한 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위기 속에서 투자, 사업, 가족을 보호하도록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 투자자는 버블이 터진 후 금부터 해변의 저택까지 모든 것을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살아남은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강력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한다.

인구주의자답게 한국에 대해 퇴직 연령을 올리고, 출산율을 높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인구라는 한 요소를 중심으로 한 만큼 쉽고 명쾌한 대신 단순화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들로선 세상을 해석하고, 내다보는 다양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참고하면 될 듯하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