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우리 시대 가족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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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진부하거나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일깨우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KBS 2TV 주말연속극 ‘가족끼리 왜 이래’ 이야기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두부가게를 30년째 운영하면서 자식바보로 살던 차순봉(유동근)이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 최근 전개되고 있다.

차순봉이 위암 말기 환자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위암 전문의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장남 차강재(윤박)가 아버지의 병을 알게 되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부모로서 존중받고 싶다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키워 준 것을 생색내고 싶은 거 아니냐고 따졌던 아들이기에 회한의 감정은 더욱 고조된다. 게다가 위암 전문의 아들이 아버지의 위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는 설정은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상황 설정과 전개 방향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분명히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식들을 얼마나 나쁘게 만들려고 그랬느냐고 따지며 오열하는 장남과 자식들에게 아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병을 숨겼다고 대답하며 낮게 흐느끼는 아버지의 모습이 세상 모든 자식을 울렸다. 차순봉과 차강재의 눈물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가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안부 인사조차 챙기지 않았던 부모님을 생각하거나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가족드라마의 성패는 새로운 이야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식들을 상대로 한 불효소송’이라는 황당한 상황을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간혹 작위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인지 일부 등장인물의 경우 지나치게 희화화돼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희생과 배려들, 가족이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았던 상처들’을 환기시켜 가족의 의미를 되새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버지 차순봉이 위암 말기 환자로 3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이 장녀 차강심(김현주)과 막내 차달봉(박형식)은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벌어질 상황 또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마저 자식들을 위해 온전히 쏟아붓는 아버지의 내리사랑 앞에서 자식들은 그저 회한의 눈물만 흘릴 것이다. 그리고 아픈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아버지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자식들이 충돌하면서 또 다른 갈등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차강심과 문태주(김상경), 차달봉과 강서울(남지현)의 밀고 당기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또 다른 가족의 탄생을 예비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해서 상투적인 것은 아니다. 사는 게 특별히 남들과 다르지 않다면, 가족 이야기는 얼마든지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감의 정도이다. 아버지 차순봉과 장남 차강재의 눈물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린 것처럼,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려 하기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진리가 제대로 형상화된다면, 가족이라서 서로에게 인색했던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