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 교역규모 적어 직접 영향 적겠지만… 신흥국·산유국으로 위기 확산 땐 ‘부담’

유가 하락으로 촉발된 러시아발 금융위기가 일부 신흥국 시장으로 전염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 당국이 잔뜩 긴장한 채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산업 및 금융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발 시장 불안이 국제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거나 가뜩이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는 유로 지역 경제를 억누를 경우 한국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금융불안이 여타 신흥국이나 산유국으로 전이될 경우 국내 경제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러시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6.5%포인트 올린 것이나 5일 만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나 정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면서 “한국과 러시아 간 교역규모가 크지 않지만, 러시아가 유럽과 크게 연동된 만큼 실물경제 측면에서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직접 교역 측면에서 일정 부분 거리가 있고,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 신호 속에서도 신흥국과 차별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한국의 대 러시아 교역규모는 전체의 2%가량인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대 러시아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전자 업종, 저유가에 따른 정유·화학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러시아발 시장 불안이 확산할 경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참가하는 금융상황점검회의나 거시경제점검회의 등을 소집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 금액은 1조4704억 원으로, 전체 대외여신의 1.3%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러시아의 익스포저 비중이 미미해 국내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