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정권소멸·이란과는 협상중… ‘악의 축’ 北만 남았다

미국이 17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이른바 ‘불량국가’ 중 미해결 상태인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게 됐다. 이란·이라크 등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들과 미국 간의 관계도 북·미관계 같지는 않다.

미국이 그동안 ‘불량국가’로 지목한 국가는 북한, 쿠바, 이란, 이라크,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이다. 이 중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으로 꼽은 국가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대통령 취임 이전에 ‘적과의 대화’를 약속하면서 거론한 국가는 북한, 이란, 쿠바다. 어느 목록에서도 유일하게 변화가 없는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쿠바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국교정상화 선언으로 53년 만에 ‘불량국가’ 명단에서 사라질 예정이며, ‘악의 축’으로 꼽힌 이란은 북한과 같이 핵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미국 및 서방국가들과 핵협상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동 정세에 핵심적 변수인 이란에는 핵협상 시한까지 연장해주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리비아와 수단, 시리아는 내부 정세로 몰락했거나 변화를 겪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과정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했고, 수단은 내전 끝에 남·북 수단으로 분리됐다. 시리아 역시 2011년부터 심각한 내전을 겪으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미얀마도 개방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개입한 사례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전쟁 개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붕괴했다.

미국이 북한을 ‘방치’하는 것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데다, 핵 개발 문제를 해결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 몇 차례나 합의를 어긴 북한과의 대화·협상에 대한 미국 내 반대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