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인상’ 시사>한국경제에 일단 긍정적이지만…

유가하락·러 사태 맞물려 신흥국 위기 심화 될지 주목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7일 성명서에서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통화정책 정상화(정책금리 인상)에 착수하는 데 인내심을 발휘할 것(be patient)’이라고 바꿈에 따라 이 같은 변경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FOMC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함으로써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식시장과 국채·외환시장 반응이 엇갈리는 등 이번 FOMC 결정에 따른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러시아 사태 등과 맞물려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긴급히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오전 최희남 국제경제관리관 주재로 FOMC 결정과 관련해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FOMC 결정 후 국제 금융시장 동향 및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 움직임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 회복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인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른 것은 그 자체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최근 국제유가 급락 등과 맞물려 러시아와 일부 신흥국 등을 경제 위기 상황으로 내몰게 되면 그 후폭풍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통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과거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은 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도 지난 9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취약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안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출 경로 등을 통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신흥국 등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화 유동성 점검을 강화하고, 수출 확대와 규제 완화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동·장병철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