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여론 들끓자… 국토부 ‘뒷북 감사’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부실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토부의 대한항공 봐주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감사관실이 서승환 국토부 장관 지시에 따라 국토부-대한항공 간 유착 관계를 포함해 이번 조사의 적절성 여부를 살펴보겠다며 자체 감사에 나섰지만 이마저 뒷북 대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 감사관실은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국토부 조사단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조사 적절성 여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박 사무장에 대한 조사가 적절했는지, 대한항공과 국토부 조사 담당자들 간 유착이 없었는지 등을 감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는 전날 서 장관 지시에 따라 시작됐다.

서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단 만찬에서 대한항공을 거친 항공안전감독관이 조사단에 포함돼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 있게 단언하건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부실조사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감사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 조사 공정성 논란이 시작된 것은 박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회사 측이 ‘국토부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 회사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고 주장한 이후부터였다. 실제 조사단 6명 가운데 2명이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다.

게다가 국토부가 8일 박 사무장을 불러 처음 조사할 당시 대한항공 임원이 19분간 배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토부 조사가 무성의하고 허술했다는 지적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유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심지어 박 사무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사실관계 확인서를 보완해 달라는 요청을 박 사무장뿐 아니라 대한항공 측에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박 사무장은 회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확인서를 10번이나 수정한 뒤 국토부에 이메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사무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확인서 과정이 국토부를 불신하게 만들었다”며 “상대인 회사에 확인서를 작성해 가져오라고 얘기했고,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작성해야 하는데 의지대로 작성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이 미숙하고 아마추어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