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위한 ‘악역’ 아무도 안해… 비서실장·수석들 뭐하나”

DJ·MB 땐 참모 적극나서 국회 등 돌며 설득하러 다녀
대통령이 국정 ‘만기친람’ 수석들 존재감 없이 무기력
문건·인사 문제 터지는데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어

與野 ‘靑인적쇄신론’ 분출 DJ·MB 땐 참모 적극나서 국회 등 돌며 설득하러 다녀 대통령이 국정 ‘만기친람’ 수석들 존재감 없이 무기력 문건·인사 문제 터지는데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 참모진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만기친람’형 대통령의 뒤에서 존재감을 잃고,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아무도 대통령 대신 ‘악역’을 자처하려 하지 않는 참모진으로는 작금의 정치 위기를 수습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모든 부담을 뒤집어쓰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야당 중진의원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은 대통령 대리인도, 악역을 자처하는 사람도 없다”며 “‘이 정권의 실세는 진돗개’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문건이 유출되고 인사 개입 논란이 붙었는데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지 않으냐”면서 “대신 책임지는 측근이 없는 대통령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 의원도 “현 정부에는 대통령을 비판해도 방어하는 사람이 없고, 칭찬을 해 줘도 감사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참모들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과거 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수시로 국회로 찾아와 설명하고 대신 욕 먹고 설득하는 참모들이 있었다”며 “지금 청와대에는 수석들을 포함해 그런 참모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에게는 더 이상 야박하게 하지 않는 정서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야말로 몸을 던지는 참모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박 대통령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국정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개입해 온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형 리더십이 이 같은 참모들의 무력증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권 인사는 “적군이든 누구든 만나 설득을 하고 우리 주장을 관철하려면 그만한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2인자를 키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청와대 수석들까지 비서 수준으로 떨어트린 측면이 있다”며 “시키는 일을 하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남석·이화종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