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어 단어數 줄여 私교육 막겠다는 교육부, 어이없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리고 현실성도 없는 방안을 사(私)교육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17일 발표하면서 대입 수험생들의 영어와 수학 학습 범위와 분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연계율이 70%에 이르는 EBS 영어 교재의 영어 단어 수(數)를 현재 5688개에서 단계적으로 줄여, 2017학년도에는 3000개 안팎이 되게 하면서 쉬운 어휘만 수록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교육을 축소해 사교육을 막겠다는 것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8권인 수능 연계 EBS 수학 교재도 2016학년도엔 5권으로 줄이면서, 현재 2520개인 문항 수를 2000개로 축소하고 난도(難度)를 낮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가 떨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잖아도 ‘물 수능’ 비판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영어와 수학이다. 올해도 1등급을 받기 위해선 수학B는 만점, 영어는 100점 만점에 98점 이상이어야 했다. 대입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교육부 대책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혼란을 더 키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유아 대상인 ‘영어 유치원’의 학원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강사 채용을 금지하겠다는 것도 허황한 발상이다. 어릴 때부터 원어민 강사를 통해 원어 발음을 익히는 것이 외국어 습득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그런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강제로 막는다고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다. 음성화를 부추길 뿐이다.

사교육을 키워온 주범은 공교육 붕괴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조는 시간으로 치부하고, 본격적인 학습은 학원에 의존하는 현상이 일반화한 지 오래다. 사교육 대책의 기본과 정도(正道)는 공교육 정상화인 것이다. 그런데도 공교육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은 채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을 버젓이 국민 앞에 내놓은 교육부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황우여 장관의 교육관(觀)부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