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과 修交하는 쿠바…核 안고 역주행하는 북한

미국과 쿠바의 국교 재수립 결정은 전 세계가 개방 및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이정표다. 쿠바 혁명과 미사일 위기 등을 거치며 양국이 1961년 1월 단교한 이후 53년 만의 관계 정상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국교정상화를 선언했고, 같은 날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협상 개시를 지시했으며, 쿠바도 걸림돌이 됐던 미국인 쿠바 억류자 앨런 그로스를 석방했다.

이런 양국의 움직임이 급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쿠바를 반세기 동안 통치해 온 피델 카스트로의 건강 악화로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을 맡은 동생 라울은 2011년 4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제1서기가 되고, 시장경제로의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출국비자 폐지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경제 개혁으로 2010년 5만 명 수준이던 자영업자 수는 2014년 현재 50만 명 선으로 늘어났다. 이에 호응해 미국도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 쿠바가 더 이상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으며, 개혁·개방으로의 길에 분명히 들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접국가로서 이민·마약·환경·인신매매·재난구조 등 협력해야 할 현안도 많았다. 그러던 중 2009년 12월 미국인 그로스가 간첩협의로 체포되면서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재자로 나서 억류 미국인이 석방되면서 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양국 수교(修交)로 북한이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얀마에 이어 쿠바도 체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까지 도달했지만 북한만은 역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최근 억류 미국인을 풀어주는 등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질적 개혁·개방의 조짐은 없다. 오히려 2012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核)보유국을 명시하는 등 핵무기에 더 집착하고 있다. 3대 세습 3년을 맞았지만 남북한 경제 격차는 더 커졌다. 유엔 결의안이 말해주듯 인권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 집착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의 허황됨을 빨리 깨닫고 개혁·개방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미·쿠바 수교는 이런 압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