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항공기 소란 조사 매뉴얼 만들겠다” 뒷북

朴 사무장 “국토부 조사 불응”
‘趙 봐주기 조사’ 의혹에 당혹
검찰 조사 방침에 사면초가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부실조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국토부가 항공기 내 소란행위 조사 방식에 대한 매뉴얼을 만드는 등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토부가 뒤늦게 자체 감사에 착수한 데 이은 후속 조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특히 검찰이 필요 시 국토부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하겠다고 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9일 “항공기 내 소란행위 조사 방식에 대한 지적 사항 중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살펴보고 있다”며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은 항공기 내 소란행위에 대해 국토부가 조사를 진행한 첫 사례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조사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에 대한 국토부 조사가 허술하고 서툴렀다는 지적에서 더 나아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체계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의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 측과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박 사무장을 분리하지 않고 조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을 봐주기 위한 의도적 행위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국토부는 박 사무장을 조사하기 전 대한항공 임원을 통해 연락을 취했고 8일 조사 당시에는 박 사무장이 진술할 때 19분간 임원을 배석시켰다. 조사 후 사실관계 확인서 또한 임원을 통해 요청했다.

실제로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의 폭언, 고성 여부에 대해 국토부와 검찰에서 각각 다르게 진술했다. 이후 박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토부 조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며 국토부의 재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조사단 6명 가운데 대한항공을 거친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불공정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의 항공안전감독관과 운항자격심사관 등 26명 가운데 20명이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때 아닌 ‘항공 마피아’ 논란까지 일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국토부는 더욱더 사면초가에 몰리는 형국이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