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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19일(金)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법, 현대에도 通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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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외국어 교육 / 정광 지음 / 김영사

조선시대 대대로 뛰어난 역관을 배출한 천녕 현씨 가문의 고문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영조 6년(1730년·5세) 사역원 생도로 왜학 생도방에 입속시키라는 차첩(差帖)’ 기록의 주인공은 영·정조대 역관으로 일본어 학습교재 ‘첩해신어’ 개정 작업과 일본어 어휘집 ‘왜어유해’를 간행한 현계근이다. 5세에 사역원 생도로 입교하다니, 조선 시대 외국어 교육은 지금 못지 않게 조기교육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 연구라는 전인미답의 분야를 걸어온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30여 년의 연구를 정리한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는 이렇게 요약된다.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은 오늘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

원나라 이후 새 중국어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우리 조상들의 외국어 교육 역사를 살피는 책은 당대 세계어였던 중국어를 비롯해 몽골어·일본어·만주어 및 여진어 등 언어별 외국어 교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외국어 교재, 역관의 역할, 언어별 인기도 등을 흥미롭게 전한다. 다만 학술적 저작으로 옛 용어 자체가 생경하고 한자도 꽤 많아 읽기 쉽진 않지만,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천천히 나가며 길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한반도에서 학교 교육은 한자와 한문 교육으로 시작됐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학교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교육을 실시했고, 고려는 학교 교육을 더욱 발전시켰다. 당시 교육의 주 내용은 유학, 교재는 유교 경전이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사서오경을 통한 유학 교육도 외국어 교육이지만, 진짜 외국어 교육은 원대 한문과 중국어가 분리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몽골의 원이 중국 전역을 정복해 제국을 수립하고 당시 수도였던 연경, 즉 지금의 베이징(北京)에서 통용되던 ‘한어(漢語)’가 통치어가 되면서부터이다. 이에 고려에선 이를 배우기 위해 여러 외국어 교육기관이 설치됐다. 이들은 이후 통문관으로 통합됐고, 다시 사역원으로 개칭되면서 한어를 비롯해 몽골어, 여진어, 만주어, 그리고 건너 일본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은 일반인이 아니라 역관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통역관이 아니라 외국인을 상대하거나 사신을 수행하는 외교관이었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엔 국경에서 외국인 입국을 단속하거나 국경 지역 교역을 감독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출입국관리 및 통상관 역할도 했다. 이들은 중인 신분이었지만, 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무역을 허가받아 상당한 재물을 가질 수 있었기에 우수한 중인 계급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언어별로 보면 당연히 중국어가 중심으로 사역원에서도 다른 언어에 비해 중시됐다. 몽골어의 경우, 원나라 통치계급 언어였기에 배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어의 경우 문자를 따로 학습해야 하는 데다 일본 통신사의 경우 배를 타고 가야 하므로 사고 위험이 있어 역관들의 기피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뤄진 조선의 외국어 교육의 특징은 어떠할까. 기사 첫 대목에 언급한 조기 교육과 함께 집중적 반복 학습, 구어 교육, 전국적인 교육 등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사역원에 소속된 역관들은 역과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오른 뒤에도 끊임없이 어학교재를 외우고 시험을 봐야 했다. 관직의 채용 시험인 취재(取才)와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원시(院試)가 있어 외국어 공부를 중단할 수 없었고, 교재를 얼마만큼 외우고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도 계속 치러야 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외국어 교재는 실제 통역을 담당한 역관들이 현장에서 일어날 만한 장면을 상정해 그때 주고받을 대화를 담는 구어 교육이었다. 실제로 사역원의 주요교재였던 ‘노걸대’(작은 사진) ‘박통사’ 역시 회화교재였고, 언어의 민감한 변화까지 담아 수정 보완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저자는 “사역원 같은 외국어 교육제도와 교육기관이 700년간 계속됐다. 세계 역사에서 이처럼 외국어 교육기관을 전문적으로 설치해 중단없이 이어온 민족은 찾기 어렵다”며 “조선시대 외국어 교육은 오늘날의 교육제도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고 결론 내렸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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