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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19일(金)
‘保守지성’ 저서 46권 통해 ‘한국의 미래’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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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ommunist의 보수주의 여행 / 황성준 지음 / 미래한국미디어

책 제목에 붙은 ‘Ex-Communist’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과거에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이데올로그였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사상적 전향’을 통해 현재는 보수주의(Conservatism) 쪽에 서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어법이다.

저자 황성준은 현재 문화일보 논설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 논객이다. 그는 이 책에서 20대 청년 시절에 대한민국을 저주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고백한다. 전두환 정권 때 정치학도였던 그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것이 한국의 현대사라고 믿었다. 좌익 운동권 활동에 빠져들었고, 시위 도중에 다쳐 왼쪽 눈의 시력을 잃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옛 소련을 동경해 199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 들어가 소련 경제사를 연구했다. 그때부터 사상적 방황이 시작됐다. 몰락해 가는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과 고통스럽게 싸워야 했다. 10여 년간 갈등을 겪은 끝에 그는 마침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버릴 수 있었다.

그 사이에 그는 기자로서 체첸, 다게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분쟁 지역 취재를 통해 인간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봤다. 탈북 벌목공을 취재하며 남쪽의 주사파들이 떠받들었던 북쪽 체제의 실상을 체감했다.

이 책은 그런 역정을 거쳐 온 그가 국내외 지성의 저서 46권을 리뷰한 서평집이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관통하는 주제는 보수주의다.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좌우 이데올로기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적시하고 있다.

예컨대 도널드 크리츨로우의 ‘보수주의의 우세’를 통해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흐름을 보여준 뒤 한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문화·역사·도덕 등 전 영역에서 전개돼야 한다고 설파한다. 움베르토 폰토바가 쓴 ‘체 게바라의 민낯 드러내기’ 편에서는 인간적 혁명가라는 게바라의 신화가 어떻게 조작됐는지를 낱낱이 소개하며, 한국의 일부 젊은이들이 그를 숭상하는 것은 무지에 의한 낭만 편향임을 지적한다.

그는 국내 지성인들이 ‘보수주의자’로 자처하기를 꺼리는 풍조가 있음에 주목한다. 기득권에 연연해 하는 ‘수구 꼴통’의 이미지가 있는 탓이다. 황성준은 보수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혼란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그에 따르면, 기존 질서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삶의 태도로서의 ‘소문자 보수주의(conservatism)’와 정치 이념으로서의 ‘대문자 보수주의(Conservatism)’는 다르다. 즉, 대문자 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헌정 질서로 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가치를 보수(保守)하는 한편 또 보수(補修)하는 것이다. 정치적 독재, 경제적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이 보수주의는 아니다.

황성준은 현재의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좌파들이 ‘진보’라는 용어를 전유하고 있는 것에 개탄한다. 보수 진영이 건국 이후 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이뤄 내기 위해 애쓴 것이야말로 진보의 노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파의 대표적 논객 복거일의 관점과 닮아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언론인 정규재와 작가 복거일, 그리고 학자 이상돈 등은 한국 보수주의의 토양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논객들이다. 황성준이 후학으로서 그들의 길을 제대로 잇는 지성이 되지 않을까.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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