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기술금융이 연다>‘창립 4년째 적자’ 中企에도 기술력만 믿고 30억 선뜻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기엽(왼쪽 세 번째) 제이앤티에스 대표이사가 16일 회사를 찾은 최문현(왼쪽 첫 번째)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차장에게 터치스크린 신제품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지난 16일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양지바른 언덕에 위치한 터치스크린 패널 전문제조업체 ‘제이앤티에스(JNTS)’의 생산 현장. 크린실에서 하얀 방진복과 방진화로 갈아신은 뒤 실내로 들어서자 실험실처럼 각각 분리되고 밀폐된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 공정 단계별로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인력이 자리에 앉아 노광기술(빛에 쪼여 회로선극을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게 제작된 감광성 필름으로 터치스크린 모듈을 최종 생산하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현미경을 이용해 선극이 제대로 형성됐는지를 검사하는 직원도 있었다.

지난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제이앤티에스는 스마트폰 핵심 부속품 중의 하나인 터치스크린 패널을 만드는 업체다. 스마트폰 화면의 검게 보이는 테두리(베젤)에 미세한 전극을 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테두리 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동일한 면적에서 화면이 커져 보이기 때문에 베젤을 얇게 구현하는 게 핵심 기술인 셈이다. 관련 업계에선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이지만 기술력에선 베젤을 아예 없애버린 ‘제로 베젤’ 기술을 2년 전에 확보한 데다 이미 양산 설비까지 갖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본 샤프 등의 글로벌 기업이 주요 고객사들이다.

하지만 이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회사 창립 이후 2013년까지 4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후발주자이다 보니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고, 제조 양산 수율의 조기 안정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제조 생산직원의 잦은 이직도 문제였다. 누적된 적자에 자금 흐름이 끊겨 3∼4개 금융업체를 찾아가 신규 여신을 해달라고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 증설이 필요했지만 재무제표만 보고, 축적된 기술력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았다. 창업 초기 단계의 회사에 대해선 재무제표와 담보력, 기술력을 종합평가해야 하는 데도 여신 심사 초기에 경영지표만을 보고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이 업체를 주목한 곳이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다. 유정현 센터장이 기업 구조조정 부서에서 관장하던 이 회사를 눈여겨보다가 기술금융이 대두되자 기술평가서를 기반으로 이 업체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기업 금융부의 실사를 거쳐 신규 여신을 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종구 제이앤티에스 전략기획그룹 상무는 “기술금융이 없었다면 기존의 금융 기법이나 관행으론 지원을 받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앤티에스에 우리은행의 기술금융은 긴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유 센터장은 “기술신용평가(TCB) 등급이 BB0에다 기술등급이 T5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며 “이 정도 등급이면 우수하다고 판단해 20억 원의 신규 대출에 기존 대출금 10억 원의 상환 유예 등 모두 30억 원을 불과 1주일 만에 신속하게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상무는 “올해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설비투자, 신규 채용을 통해 흑자 원년을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 모든 게 우리은행의 기술금융을 통해 신규 여신을 지원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취재를 위해 동행한 최문현 우리은행 수원금융센터 차장은 “‘여신’이란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고 파는 사람 입장에서 소통이 필요한 상품이라 영업점과 본부의 심사부서가 연계해 지원하게 됐다”며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않지만 기술금융이 필요한 업체를 적극 발굴하는 게 금융기관의 소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기업금융의 강자로서 기술금융 분야에서도 선도은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TCB의 기술신용평가 기반으로 우리은행에서 모두 425건에 2855억 원이 지원돼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기술금융 추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여신지원본부 산하에 ‘기술금융센터’를 신설했다. 기술금융센터는 기술금융평가팀과 기술금융지원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기업심사부 내에 업종별로 ‘기술금융전문 심사역’ 15명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014 기술금융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금융위원장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성 =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