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原電 해킹 사태, 국가安保 차원의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고리·월성 원자력발전소의 기밀 도면이 인터넷에 버젓이 나도는 사태가 벌어졌다. 18일 포털사이트의 한 블로그에 수 시간 공개된 자료는 배관설치도·계통도·제어 프로그램 해설서 등과 전·현직 한수원 직원 1만799명의 상세한 개인정보다. 한수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어떤 자료가 얼마나 유출됐는지 전모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원전은 사고나 테러에 노출되면 막대한 피해가 따르는 1급 국가보안시설이다. 국가 전력 시스템에도 치명타가 된다. 그런 원전의 보안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조롱까지 당했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한수원의 허술한 보안 관리는 이미 질타를 받아오던 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공개한 보안실태 감사에선 한빛·고리 원전 직원 19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매번 문 열어주기 귀찮다고 전산망 접속을 허용한 것이다. CCTV의 77%는 잦은 고장으로 온전치 못했다. 총체적 보안 부실이 의심된다. 범인이 핵심 문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더 큰 위해(危害)를 가하는 일도 가능하다. 실제로 문제의 블로그 운영자는 “2차 공격은 제어 시스템 파괴”라고 공언했다.

이번 범행의 실상이 무엇이든 원전 보안이 허술하다는 사실은 안보(安保) 차원의 문제다. 일반인 해킹에 당했다면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는 무방비나 다름없다. 그러잖아도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해킹당하고, 테러 위협에 상영 자체가 취소됐다. 미 백악관은 “심각한 안보 현안”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에는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가 이란 원전을 해킹해 대규모 원전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북한도 이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은 언제든 반(反)국가세력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검찰은 안보 위협 요소를 제거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수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