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소시오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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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 조사팀장

올 한 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소시오패스(sociopath)’다. 올 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최근 종영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에서의 캐릭터와 대사도 한몫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이재경(신성록 분)은 S&C그룹 후계자로 평소 친절하고 유능한 사업가지만,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자에겐 살인을 서슴지 않는 잔혹한 살인마로 돌변하는 소름 돋는 ‘소시오패스’를 보여 주었다. ‘미생’의 성 대리(태인호 분)는 한석율(변요한 분)에게 “지금 보니까 이 자식이 완전 소시오패스 같네”라는 악담을 해 ‘소시오패스’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등극하기도 했다.

‘소시오패스’는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로, 반(反)사회적 인격 장애의 일종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비슷하지만, 잘못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구분된다. 대표적인 인물로 독일의 히틀러와 옛 소련의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인질극을 벌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범인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장기 없는 토막시신 사건의 범인 박춘봉도 소시오패스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5년간 소시오패스를 연구해온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는 “그들은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우리 일상 속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 정상인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유독 흉악한 범죄가 많이 발생했던 올해. 육군 28사단에서 일어난 일명 ‘윤 일병 구타 사망’, ‘김해 여고생 암매장’, 울산 여대생 ‘묻지마 살인’ 등…. 현대사회가 날로 다양화하고 복잡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 등이 누적돼 사회에 대한 불만이 극단적인 보복심리로 표출되고 있다. 미국 보건후생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4%가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벌이는 끔찍한 사건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 확충, 사회적 관심 등 범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정상인의 가면을 쓰고 있는 ‘소시오패스’로 인한 사건 사고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