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소니 해킹은 사이버 반달리즘”

美의회 “새로운 형태 전쟁”

NYT “사이버 對北공격 등 韓·中·러 등 공동대응 요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을 ‘사이버 반달리즘(Cyber-Vandalism·사이버 무기를 이용해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으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의 사이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니 해킹은 전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막대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는 사이버 반달리즘 행위”라면서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북한을 소니 해킹 및 영화관 상영 취소 협박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국의 독재자가 사이버 공격으로 영화사 배급망과 상품을 파괴하고, 우리가 스스로 그 결과를 (미리) 검열하는 선례가 생긴다면 문제”라면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에서도 북한에 대한 초강경 대응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미시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미국은 사이버 공격을 막을 능력을 갖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해킹 공격에 대해서 너무 오랫동안 머뭇거리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폭력 위협에 대해 즉각적인 제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외교위원장은 “소니 해킹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 행위”라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북한의 위협이 결코 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사이버 대립은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테러 지원국 재지정 요건에 ‘사이버 테러’ 규정이 없는 데다가 사이버 공격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치·외교적 부담이 뒤따른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상응 조치를 언급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대한 제재는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강경 조치를 취할 경우 임기 중 6자회담 재개나 대북관계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사이버 공격 등 대북초강경 대응은 사실상 북한 체제 붕괴 프로그램 개시의 신호탄으로 인식될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대북상응조치와 관련해 △국가안전국(NSA)을 지휘하는 4성 장군 관할 사이버사령부의 대북 공격 △북한의 언론매체 연결망 교란의 컴퓨터 정보전(사이버 공격)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작전 △대북 추가 경제 금융 제재 등이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미국은 한국과 영국, 일본, 호주 등 우방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도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