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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2월 26일(金)
체념해서 행복한 日… 사회적 절망도 ‘내 책임’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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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 민음사

2010년 일본 내각부의 ‘국민생활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20대 젊은이 중에서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0.5%에 달했다. 오랜 경기불황에 격차 사회, 세대 갈등,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주위와 관계가 단절된 무연세대, 비정규직과 프리터(Freeter)까지. 녹록잖은 현실 속에서 ‘만족’이라니. 게다가 이들의 만족도는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자기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30대는 65.2%, 40대는 58.3%, 50대는 55.3%였다. 과거와 비교해도 만족도는 높았다. 1960년대 후반 20대의 만족도는 60% 정도였으나 1970년대는 50%까지 내려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욕타임스 도쿄(東京)지국장 마틸 파클러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이렇게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왜 저항하려 하지 않는가?”

이 물음에 대한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의 답은 이렇다. “왜냐하면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2011년 출간돼 일본 사회에 비상한 관심을 모은 책은 이처럼 ‘절망 속에서 행복한 일본 젊은이’, 이 상당히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절망스러운데 행복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절망과 희망은 경이롭게도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다.

“인간은 언제 ‘지금 불행하다’ ‘지금 생활에 불만족을 느낀다’고 답할 것인가? 바로 ‘지금은 불행하지만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 때다. (중략) 오히려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을 때, ‘지금 행복하다’고 답하게 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고 믿지 않는다.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큰 희망을 가질 수 없기에 자신만의 작은 현실에 만족하는 세대, 욕망하지 않는 무욕(無慾)의 ‘사토리 세대’인 것이다.

물론 일본 젊은이의 ‘절망’은 후진국형 ‘절망’과는 다르다. 이들이 누리는 생활환경은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워 그다지 큰돈을 쓰지 않아도 매일매일 일상을 다채롭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유니클로나 자라에서 기본 패션 아이템을 구입해 입고 H&M의 유행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준 다음, 맥도날드에서 런치 세트를 먹으며 친구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구는 이케아에서 구매하고 집에선 유튜브를 보거나 스카이프를 이용해 친구와 채팅을 즐기고 종종 화상 통화도 한다. 대하드라마 ‘료마전’(2010)에 출연한 배우 사토 다케루(佐藤健)가 “다시 태어나도 현대에 태어나고 싶다. 왜냐하면 1박2일 일정으로 친구와 함께 바비큐를 먹으러 지바(千葉)로 가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다케루 처럼 시대를 구하는 에도(江戶) 막부의 영웅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선택한 것은 배부른 젊은이의 값싼 투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적응방식이라고 했다. 모든 가능성이 막힌 사회에서 살아가는 미약한 개인의 생존 본능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내향적이 되고, 소비도 하지 않고,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전하며 흔히 생각하듯 이들 세대가 사회에 전혀 무심하지 않으며, ‘사회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도 언급한다. 또한 젊은 세대로 불리지만 그들 안에는 이념만 해도 우익부터 진보, 일부는 일본이 사라져도 개인만 행복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까지 다양해 나이 하나만을 변수로 한 ‘젊은 세대’라는 것 자체가 ‘신화’라고 지적한다. 젊은이 담론은 기성세대가 제멋대로 만든 ‘상상의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절망 속 행복’의 토대가 든든할 리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아무리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해도, 이를 지탱해 주는 기반은 서서히 썩어 들어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거액의 재정적자, 방사능이 누출된 원자력발전소라는 유산, 갈수록 노골화되는 폐쇄적 극우화 등도 아슬아슬한 행복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88만 원 세대, 취업·스펙 전쟁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로 불리며, 절망의 무게라면 일본 젊은이 못지않은 우리 청춘들은 어떨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인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책 앞부분에 쓴 해제를 통해 “한국은 일본에 비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미래 상황이 절망적이니, 현실에서라도 행복하자라는 체념조차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압축성장과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거치면서 한국인은 ‘사회가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한다. 모든 것이 자기 책임으로 전가되는 사회에서 ‘절망’은 ‘절망’이 아니라 개인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면서 “나는 할 만큼 했다. 이제 내 행복을 찾겠어”라는 ‘행복한 젊은이들’조차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일본은 한국에 비하면 유토피아다. 부럽다.” 그가 내린 아픈 결론이다. 2015년엔 우리 젊은이들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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