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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 게재 일자 : 2015년 01월 07일(水)
판소리의 시대정신
시대의 작창 판소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판소리는 풍자와 해학으로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낸,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고리타분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17∼18세기에 태동한 것으로 알려진 판소리는 시대정신을 대변하면서 민중의 사랑을 받았다. 20세기 초에는 극성(劇性)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명의 소리꾼이 역할을 나눠 부르는 형태의 창극으로 변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서구화와 근대화의 여파로 고리타분한 전통 음악이라는 편견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지루하고 따분한 음악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판소리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판소리에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형식을 도입한 ‘판소리뮤직다큐드라마’의 형태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14년 KBS 대기획’의 일환으로 제작되어 지난 연말에 방영된 ‘시대의 작창 판소리’는 판소리에 내재된 시대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부작 ‘판소리뮤직다큐드라마’이다.

1부는 ‘춘향가’를 재해석한 ‘범법자 춘향 재판기’이고, 2부는 ‘흥부가’를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관점에서 풀어낸 ‘신흥재벌 흥부의 경제학’이며, 마지막 3부는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아내면서 새롭게 창작된 작품을 중심으로 판소리의 가치를 살펴본 ‘오래된 미래 판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 해도 ‘춘향가’의 ‘사랑가’와 ‘흥부가’의 ‘박타령’ 한두 마디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춘향가’와 ‘흥부가’의 주제곡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사랑가’와 ‘박타령’은 대표적인 판소리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사랑 이야기와 형제 간의 우애는 ‘시대의 작창 판소리’에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된다. ‘범법자 춘향 재판기’는 변학도와 법리 논쟁을 펼치는 춘향의 모습을 통해 조선시대 신분제 붕괴 과정에서 드러난 신분해방과 인간존중의 시대정신을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조선시대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병치시키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무대 기법을 드라마로 풀어내면서 주제의식을 부각시킨 연출도 흥미롭다. ‘춘향가’가 동학군의 진군가로 사용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춘향가’와 동학 농민전쟁을 접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나, 제비가 물어다 준 박 씨를 심어 싹이 트고 박이 열리는 장면을 무용과 그림자극으로 연출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장면 연출을 통해 당대의 봉건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백성의 열망은 물론, 분배와 균등의 공유 경제 실현이라는 당대의 시대정신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3부 ‘오래된 미래 판소리’는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살려 우리가 잘 모르는 판소리의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유럽 지역에서 판소리가 이해되고 공연되는 장면을 통해 세계화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문제적 현실을 담아낸 창작 판소리를 소개하는가 하면, 미국 흑인 음악인 랩과 대결을 벌이는 판소리 공연을 보고 열광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가 만들어내는 소리’로서 판소리의 현재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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