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프레지던츠컵의 ‘얼굴 없는 조직위원장’

오는 10월 21일부터 4일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열리는 2015 프레지던츠컵은 대회 경비만 2500만 달러가 드는 ‘빅 이벤트’입니다.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을 대표하는 각 12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이 대회는 전 세계 160개국, 5억 명 이상이 TV를 통해 시청하고, 선수와 가족, 전 세계 골프수뇌급 인사, 관광객 등 수천 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여 한국을 알릴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9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몇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미국 대표팀 합류 여부와 개최국인 한국 선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흥행 면에서 역대 최악의 대회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선수 중 출전권이 확정된 선수가 없고, 그나마 출전 가능성이 큰 배상문이 당국에서 해외체류 연장을 해주지 않아 1월 중으로 귀국해 입대를 해야 할 처지입니다. 물론 개최국을 배려해 최경주가 부단장으로 선임됐고, 앞으로 단장 추천으로 한국 선수 한두 명 정도의 대회 출전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만일 우즈가 빠지고 한국 선수 없이 대회를 치른다면, 경기장이나 TV 앞으로 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회 조직위원회 구성도 문제입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011년 대회 유치 이후 그동안 PGA투어 측과 한국 쪽의 창구 역할을 해오면서 ‘자천타천’으로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방위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풍산그룹은 미국 골프계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와 친분이 두터워 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레지던츠컵 준비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류진 조직위원장은 아직 언론과 공식 접촉 사례가 없어 ‘얼굴 없는 조직위원장’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류 회장이 나서길 꺼리는 성격”이라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 대로라면 ‘왜 조직위원장을 맡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국골프 발전을 위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업에 연관된 효과만을 노려 조직위원장을 맡았다는 비판과 뒷얘기들이 무성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명예 대회장’을 수락하면서 이제 프레지던츠컵은 국가 수반이 참석하는 국가 행사로 격상돼 정부가 나설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프레지던츠컵 운영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배제된 형세입니다. 조직위가 ‘푼돈’ 수준의 정부 지원금을 덥석 받았다간 ‘골프 문외한’인 공무원들의 간섭이나 받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돕니다. 들러리가 된 정부나, 여전히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대회 조직위원장을 바라보는 골프팬들의 시선은 삐딱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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