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무원연금 개혁 성공 위한 3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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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세월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궁핍했던 시대에는 매년 정부 예산으로 인건비를 충분히 줄 여력이 없었기에, 그리고 기대수명이 지금처럼 높지도 않았기에 공무원연금 제도의 설계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게 되면 지나치게 후하게 마련됐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궁핍의 시대도 아니고 건강하게 100세를 살 수 있는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으며, 민간부문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공무원연금 제도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12일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개혁해야 한다는 총론이 아니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각론의 치밀한 설계다. 여야의 생각이 다르고 공무원과 그 가족, 또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의 생각과 나이 든 세대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개혁안 도출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바, 다음 세 가지를 감안해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첫째, 국민을 바라보고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고 떳떳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의후리(先義後利), 이익보다 의로움을 앞세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나라 살림, 즉 건전한 재정 운용이라는 대원칙 아래서 직역연금으로서의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대 공무원 가족의 대결 구도로 논의를 전개하기보다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공적연금의 기본 원칙인 연금 지급 연령 이전의 어떠한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공적연금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연금수급자가 급여소득이 있는 경우 중복 지급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본적인 연금의 재정 안정 대책은 부담요율을 높이기보다 모든 공무원의 연금을 일정 수준 동등하게 감액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급여의 연금화, 그리고 퇴직수당이나 미래 공무원의 퇴직급여는 모두 부과 방식으로 실행함으로써 재정 부담 발생 시점의 시기적 차이를 두어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해야 한다.

둘째, 1960년 도입 이후 1990년 초에 시작된 예견된 적자 누적과 기금 고갈의 문제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해결하는 세 번의 시도가 있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 문제라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만드는 데 실패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라는 적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과도하게 보장하다 보니 현재와 같은 지속 불가능한 연금재정 전망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셋째, 임용 시점별로 나타나는 현격한 수익비 차이가 초래하는 공무원 사회의 세대 간 형평성 제고 효과와 재정 절감에 따른 공무원연금의 지속 가능성 제고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 안정화보다는 신구 세대가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보험료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수급자 및 장기 가입자에게 지급될 연금액을 어떠한 형태로든 줄이는 수밖에 없다. 고액연금 수급자에 대한 세금 환수 조치를 도입하고, 연금 연동 방식의 차등 적용을 통한 총연금 지출액 절감이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민대타협기구를 적극 활용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당한 개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