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학생들 “사물놀이에 반해 5년째 한국연수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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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요. 환율 변동 때문에 경비가 부족해져 참가인원을 당초 27명에서 17명으로 줄였습니다. 신입생들도 몇 명 참가하니 올해도 사물놀이를 제대로 가르쳐 주세요.”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전남 진도에 있는 국립 남도국악원에서 국악 연수를 할 예정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사물놀이 연주단 ‘해동’(사진) 단원들이 13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하면서 전화로 남도국악원 관계자에게 한 말이다.

극동연방대 한국학과 학부 및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해동’ 단원들이 남도국악원을 찾는 것은 이번이 5번째. 2011년부터 해마다 겨울방학 기간에 2∼3주 일정으로 방문해 자신들의 사물놀이 연주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기회로 삼았다. 특히 신입생 단원들에게는 이 연수가 ‘본토’의 연주를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됐다.

남도국악원은 ‘해동’ 단원들이 오는 14일 오전 강원 동해항에 도착하면 숙식 및 강습비 등 국내 체류비용 전액을 부담한다. ‘해동’ 단원들은 오는 30일까지 머물면서 풍물놀이·사물놀이·모듬북 실기 학습은 물론 남도 문화 체험, 한국어 강습에도 참가하게 된다. 인솔자로 연수에 참가하는 고려인 4세 칸 루슬란 한국학과 조교는 “매년 한국의 국악을 심화 학습하기 위해 체험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며 “연수 기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도 배울 기회가 있어서 단원들의 참여율이 무척 높다”고 밝혔다고 국악원측이 전했다.

이번 연수에 참가하는 단원 17명 중 고려인은 3명뿐이고, 나머지 14명은 러시아 현지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남도국악원 관계자는 “대다수가 러시아인들이지만 한국학과에 진학한 만큼 한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사물놀이를 배우려는 열정 또한 다른 팀들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도국악원은 9년 전 미국에 사는 한국인 입양아들의 양부모들이 자비를 들여 자녀들의 ‘뿌리 찾기’를 위해 국악연수를 시킨 것에 감명받아, 곧바로 체류비용 전액을 국비로 부담하는 ‘재외 동포 국악 연수’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해마다 3∼4개국 3∼6개 팀이 연수를 신청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남도국악원은 올해의 경우 ‘해동’ 외에도 오는 7∼8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중국 옌볜(延邊),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 3개 지역 동포들을 초청해 국악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진도=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