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내 안의 또다른 나 ‘分人’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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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승우의 매력적인 카리스마에 끌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의 ‘나란 무엇인가’(사진·21세기북스)가 떠올랐습니다. 선과 악, 한 인간 안의 선과 악의 갈등은 인류의 영원한 테마이지만 게이치로가 120여 년을 건너 지킬 박사를 만난다면 “지킬 선생, 진정하세요. 선악, 모두 당신의 분인입니다. 선한 분인을 발판으로 삼으세요”, 이 정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게이치로는 교토(京都)대 법학부 재학 중이던 1999년에 일본 최고의 아쿠타가와(芥川)문학상을 받으며 일약 일본 문학의 샛별이 된 작가입니다. 그 뒤 해박한 지식과 도시문명에 대한 예민한 시각으로 개인, 사회, 예술을 두루 다루며 일본 현대 문학의 기수로 자리잡았고, 국내에선 그의 책이 대부분 번역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나온 ‘나란 무엇인가’는 게이치로가 소설에서 다뤄온 주제를 직접 설명한 책입니다. 주제는 제목대로 ‘나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 문제입니다.

‘나란 무엇인가’. 이 고전적인 질문에 게이치로는 더이상 나눌 수 없는 개인(individual·個人)이 아니라 복수로 나눠지는 분인(dividual·分人)들의 집합이라고 답합니다. 단 하나의 진정한 나, 수미일관된 흔들리지 않는 본래의 나는 없다고 합니다. 쉽게 아버지로, 직장인으로, 연인으로, 친구로서,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나는 모두 다릅니다. 때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정수 1이라면 분인은 분수인데, 분인의 숫자는 자신이 어느 정도 분인을 안고 사는 게 편한가로 결정됩니다.

이 분인들은 타자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A와의 관계에서 드러난 분인은 자신과 A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인격 자체가 절반은 타자 덕분이니 만약 성공을 거둔다면 그 반은 상대 덕분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실패한다면, 실패의 반은 내 탓입니다.

게이치로는 만약 자기 삶이 마음에 안 들 때엔 조용히 자신의 분인들 구성을 살펴보라고 합니다. 누구와 있을 때 가장 기분 좋은지, 언제 가장 자신이 만족스러운지를 살펴보라고 합니다. 가장 긍정적인 분인을 일시적인 발판으로 삼아 자기 안의 분인 구성을 바꿔보라고 합니다. 나는 몇가지 얼굴인지, 분인 네트워크를 살펴보세요. 참고로 게이치로는 다양한 분인들의 균형, 긍정적인 분인의 수를 늘려가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