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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5년 01월 16일(金)
소수가 다수의 특권 박탈로부터 ‘불평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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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간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영화 ‘노예 12년’의 한 장면.

불평등의 창조 / 켄트 플래너리·조이스 마커스 지음, 하윤숙 옮김 / 미지북스

책은 무척 두껍다. 1004쪽이다. 천사가 아니라 악마를 만난 것만 같다. 타임머신이 달린 롤러코스터다. 짜릿하고 흥미진진하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시간여행까지 동시에 하는 느낌이다. 주제는 뜨겁고 내용은 풍성하다. 나열식이고 조리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박람하면서 다변이고 쉬운 어조로 쓰여서 괜찮은 인문교양서의 조건은 갖춘 책이다. 좋은 학자는 자기 학문을 통해서 시대의 중심 문제에 답한다. 오늘날 인류의 가장 큰 문제는 ‘대격차’를 넘어서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평등은 파괴되거나 축소되고 부와 권력에 대한 집중은 심해지고 있다. 로마제국이 보여주듯이, 탐욕에 사로잡혀 ‘대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사회는 결국 파국을 피할 수 없었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경제학’으로 시대의 소명에 답했다. 책의 두 저자 켄트 플래너리 미시간대 인류고고학 교수와 조이스 마커스 미시간대 사회진화학 교수는 고고학과 인류학을 가지고 ‘불평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간다.

“우리의 맨 처음 조상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 그렇다면 평등이 어떻게 불평등을 낳았을까? 미덕이 어떻게 악덕을 잉태했을까? 저자들의 목표는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다시 쓰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본래 평등했던 채집 생활자들이 어떻게 불평등(차이)이라는 관념을 받아들이고, 그 관념의 수혜자가 때로는 거짓을 동원하고 때로는 폭력을 사용하면서 권력을 강화해 노예를 부리고 왕국을 이루고 제국을 형성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고고학적 유물이나 유적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인류학의 논리로 보충하고, 부족사회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고고학의 현장으로 확인해 가면서 저자들은 평등으로부터 불평등이 만들어지는 지점을 복원한다.

평등하게 살아갔던 채집 생활자들도 ‘덕, 지적 재산, 전투 기량’ 등 타고난 능력이 빚어내는 차이를 물론 인정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채집 생활자들은 전쟁 등으로 영웅이 되어 명성을 획득한 사람이 (대대로) 영구적 상류층으로 남지 못하도록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사회적 압력을 통해 재산을 축적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들이 남보다 잘난 척을 하면 동조하기보다는 비웃음을 퍼부음으로써 실제 정치권력은 주지 않은 채 솔선수범을 통해서 사회를 이끌도록 격려했다. 이러한 초기 인간들의 모습은 오늘날 만연한 불평등이 “자연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의 작용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인구 증가, 집약 농업, 환경의 혜택 등과 같은 요인이 아무리 뒷받침되더라도 인간의 힘으로 사회 논리를 적극적으로 조정하지 않는 한 세습적인 불평등은 생기지 않는다.”

자신이 획득한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려는 ‘세습적 불평등’은 7300년 전에서 70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 3200년 전에서 3000년 전의 페루와 멕시코에서 출현한다. 이 시기에도 특권을 행사하려고 애쓰는 권력자에 대하여 가능한 힘을 모두 모아 저항했던 사람들은 물론 사라지지 않았다. 권력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작용은 이 시기에도 때로는 지배계급 내부의 투쟁을 통해, 때로는 피지배 계급의 반항을 통해 유지되었다. 불평등은 저항이 있는 한 완전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투쟁이나 반항이 매우 약화되는 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 사람 또는 소수가 영구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불평등’의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최초의 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이 아름답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볍게 쥐어짜도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잔혹함의 결과이고, ‘찬탈’과 ‘폭력’으로 점철된 야만의 기록이다. “가장 심한 불평등은 위에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래 사람이 가지고 있던 특권을 박탈함으로써 생긴다”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회가 제국을 향해 줄달음쳐 갈수록 세계는 더욱더 비참해졌을 것이다.

토마 피케티가 심지어 ‘세습 자본주의’라고 규정할 정도로, 오늘날 부와 권력의 세습을 향한 특권층의 욕망이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생겨난 불평등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저자들은 말한다. “아시아의 몇몇 사회에는 세습적 불평등이 등장했음에도 주기적으로 불평등을 없애고 보다 평등한 생활 방식으로 회귀했던 사례가 있다.”

불평등이란 자연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 창조자로서 우리가 잠시 잊어버린 것은 불평등을 거두어들이는 능력이다. 차이를 막을 수 없지만, 차이가 세습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 책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가 ‘부에 의한 귀족’을 허용했다면 이는 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 우리의 잘못이다.”

문학평론가 장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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