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서울 85㎡ 보증금 1억에 月 70만원… 관리비 30만원 별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보금자리 지구 공공임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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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주택에서 싼 월세로 이사 갈 걱정 없이 산다.’ 집 없는 서민이나 중산층들이 누구나 갖는 작은 소망이다. 정부가 이 같은 소망 실현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13일 내놓은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육성방안’으로 이른바 중산층 임대주택 ‘뉴 스테이(New Stay)’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현실화 되면 앞으로 이사·청소·육아·세탁 서비스가 제공되는 대형 건설사의 고품질 임대 아파트에서 싼 월세를 내며 ‘방 뺄’ 걱정 없이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동안 임대주택이 영세민이나 서민층 복지 개념이었다면 뉴 스테이는 중산층이 대상이다. 파격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살만한 임대주택을 공급, 만성적인 전세난 해소라는 숨은 뜻도 담겨 있다. 하지만 뉴스테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사업지)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질 좋은 임대주택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건설사 유명 브랜드 주택이 대량 공급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또 민간건설업자 파격 지원에 따른 특혜 시비, 국민주택기금 적정 운용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업형 임대주택이란 무엇이고, 현재의 일반 전월세 주택과 다른 점, 임대차 문화 선진화 가능성 등을 점검해 본다.

1. 기업형 임대주택이란

정부는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뉴스테이에 대해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을 300가구(건설 임대) 또는 100가구(매입 임대) 이상 임대하는 사업’으로 정의했다. 또 단순한 시설물이나 임차인 관리 외에 세탁, 청소, 이사, 육아, 식사제공, 가구나 가전 렌털 등 종합주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고 발표했다. ‘홈 스테이’나 ‘템플 스테이’처럼 편안하게 거주한다는 뜻에서 ‘뉴 스테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붙였다. 의무임대기간은 8년 장기임대와 4년 단기임대의 두 가지다. 8년 장기임대는 준공공임대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종전에 10년, 5년이었던 의무임대기간을 줄인 것이다. 기존에 유명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형 임대사업자는 자기 회사의 분양주택 브랜드를 임대주택에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e편한세상 스테이’, ‘푸르지오 스테이’ 등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2. 일반 전월세 주택과 차이는

임대기간이 다르다. 기존 전세주택이 2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것과 달라 4년, 8년 단위로 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임대 주거 형태라는 정부 설명이다. 또 초기 임대료 외에 다음 계약 시부터는 임대료가 규제된다. 기존 서민 임대주택에 있던 저당권 설정 의무가 없다. 세입자에게 저당을 잡혀 있으면 건설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스톱 편의시설이 들어가는 것도 장점이다. 건설사가 중개·이사부터 식사·세탁·육아와 같은 종합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300가구 내외 규모여서 대형 아파트 단지 같은 공원과 각종 편의시설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3. 누가 입주하며, 임대료는

뉴스테이에는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무주택자 등으로 임차인 자격을 제한한 규제가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에서는 풀리기 때문이다. 의무 임대기간은 8년과 4년 두 가지로 단순화된다. 임차인(세입자)이 희망하는 한 이 기간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단 임대료 3개월치를 연체하거나 무단으로 전대한 경우,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한 경우 등에는 임대인(집주인)이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 초기 임대료는 임대사업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이후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묶인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보증금 3000만~1억 원, 월세는 40만~8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예상한 임대료는 전용면적 85㎡ 아파트 기준으로 지방의 경우 평균적으로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30만 원, 수도권은 보증금 6200만 원에 월 62만 원이다. 서울은 보증금 1억 원에 월 70만 원 정도로 예상됐다. 문제는 매년 5%씩 오른 경우 8년간 40%나 오르게 된다는 점이다. 또 30만 원 내외의 관리비도 당연히 별도로 내야 한다.

4. 어디에, 누가 짓나

뉴스테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지가 좋아야 한다. 또 어디에 어떤 건설사가 짓느냐도 성공 관건 중 하나다. 사업지는 개발 면적이 1만㎡ 이상(비도시는 3만㎡ 이상)이면서 기업형 임대사업자(건설사)가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8년 이상 장기임대로 건설하는 경우 지정된다. 개발 면적이 5만㎡를 초과하면 시·도지사가, 그 이하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한다. 단 필요할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뉴스테이 사업은 건설사는 물론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제안할 수 있다. 당장은 서울 중구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부지에 1000여 가구, LH가 보유한 수도권의 화성 동탄2지구 아파트와 연립주택 용지에 3000여 가구를 짓는다. 사업자는 중대형건설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567가구), 마포구 도화동(520가구), 강동구 길동(191가구) 등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5. 대형 브랜드 임대주택 나올까

정부는 건설사들에게 크게 네 가지 혜택을 준다. 용적률 완화, 저렴한 택지, 주택기금 저리 융자, 세금 감면이다. 정부 제시안이 제대로 되면 사업자는 현재보다 수익률을 연 3~4%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회사들도 관심이 많다. 다른 중대형 건설사들도 수익성만 확실하다면 해 볼만 하다며 검토하고 있다. 장기간 계속된 부동산 침체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데다 주택 임대관리사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6. 파격 지원에 대한 논란

뉴스테이 지구에는 통상적인 개발사업 때보다 완화된 토지 확보 요건(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2분의 1 이상)이 적용되고 승인 절차가 간소화된다. 또 지구 지정 때나 지구계획 승인 때 절차를 간소화해주거나 특례를 인정해준다. 용적률도 지자체 조례와 상관없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상한까지 완화돼 사업성이 높아지고 녹지 비율, 대지 내 공지 비율 등 주택사업 승인 요건, 기부채납 기준 등도 완화된다. LH의 보유 토지, 국공유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종전부지 등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민간 사업자가 제안하면 전국의 그린벨트 지역이나 재정비지역 등에도 기업형 임대가 들어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임대주택 건설비로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은 융자 한도를 상향하고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임대주택 건설·매입 시에도 1억1000만(4년 단기임대)∼1억2000만 원(8년 장기임대)의 자금을 융자해 준다. 이밖에 양도세·취득세·소득세 등 각종 세제혜택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적인 혜택에 대해 논란도 적지 않다. 당장 서민을 위한 국민주택기금이 85㎡ 초과 주택에 지원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서민 주거안정이 목적인 국민주택기금을 중산층까지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7. 민간 주택시장은 찬바람?

전문가들은 기존 주택 매매시장과 분양주택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뉴스테이를 겨냥, 적극적인 주택 매수에 나서지 않아 매매 위축을 부르기 때문이다. 또 뉴스테이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임대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자들이 신규공급되는 기업형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연식이 오래된 임대아파트는 경쟁에서 뒤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뉴스테이가 대거 지어질 경우 굳이 빚을 내 분양 받을 이유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스테이가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화성 동탄과 위례신도시 등의 민간분양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8. 서민 임대주택, 전세대책 포기

중대형 임대주택에 주택기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세 서민 임대주택 정책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뉴스테이 인근 지역의 전월세 가격 동반 상승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민임대주택이 지난해 기준으로 100만 가구에 육박하기 때문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서민 임대주택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입주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1만 가구 증가한 12만 가구로 늘리고, 주거급여도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세대책을 포기했다기보다는 기존의 전세시장 압력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9. 뉴스테이 활성화 전제조건은

결국 임대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 현재 중위 전세가격(2억43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뉴스테이 임대주택 임대료는 보증금 1억7000만 원에 월 70만 원, 혹은 보증금 8100만 원에 월 81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수도권은 보증금 8000만∼6200만 원에 월 53만∼62만 원, 지방은 보증금 3900만∼3000만 원에 월 26만∼3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중위 전세가격’이 실제 민간 아파트 전세가격보다 낮게 설정된 데다 입지가 좋은 지역은 땅값이 비싸 월 100만 원을 넘는 임대료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세후 가처분소득이 177만∼531만 원인 중산층 가구(4인 기준)가 매월 100만 원 이상을 내기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산층이라도 뉴스테이 월세가 오를수록 ‘부담’인 만큼 임대료를 적정하게 관리하느냐가 활성화의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 지속 가능이 최대 관건

뉴스테이는 한 단계 진일보된 전월세 시장 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데 자칫 정책이 지지부진할 경우 분양시장과 임대시장 활성화 사이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 추진이 최대 변수인 셈이다. 이와 함께 정부 교체 때마다 임대주택 정책이 달라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 말대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키우면서 중산층의 안정적 주거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 가장 중요하다.

김순환·박수진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