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의 통일문제 조급증 이용 남남갈등·국제공조 약화 노려”

진정성 있는 北변화 기대 어려울 것으로 전망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의 조급증을 이용하려는 전략과 전술”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연구부원장과 차두현 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2015년 북한 신년사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전향적 입장 변화와 남북관계에서의 획기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통일문제를 매개로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대북 국제공조를 약화하려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주요 연구기관이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한 것에 강조점을 둔 것과 달리 아산정책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진정성이 결여된 북한의 전형적인 기만전술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아산정책연구원은 “신년사에 나타난 내용을 통해서는 우리가 바라는 진정성 있는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 현실”이라며 “단기 성과에 집착하거나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원칙에 충실한 대북정책을 구사함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변화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신년사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면 북한이 그동안 밝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아산정책연구원 주장의 근거다. 이들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거론하는 대화의 복원은 한국의 입장 변화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등 기존에 북한이 주장한 것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남북대화를 미·북 직거래로 가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 징검다리로 간주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김 제1위원장이 유훈 통치를 종결했으며 ‘김정은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처음 육성 신년사가 발표될 당시 ‘김일성’이라는 이름은 11회, ‘김정일’이라는 이름은 14회가 언급된 데 반해 2014년에는 각각 6회와 5회로 줄었고 올해는 김정일만 단 1회 언급됐다. 또 올해 신년사부터 북한은 ‘김정은 원수님’ 대신 ‘김정은 동지’라는 표현을 쓰며 선대를 지칭하는 ‘대원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에 비해 한 단계 아래라는 인상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