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창의성은 ‘전문성과 애착’ 갖춰야 ‘開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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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수업 /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영화 ‘아바타’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이 시 유(I see you).” 단순히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신뢰하고 아낀다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본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도 보고 가슴으로도 본다. 이건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소위 ‘예술가’라 불리는 이들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남다르다.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통해 세상을 보고 이를 그림, 조각,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 속에는 범인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본질과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성균관대 최고의 강좌로 꼽히는 ‘예술의 말과 생각’을 강의하는 저자가 예술가를 소재로 쓴 신간 ‘예술 수업’은 인문학의 위기라 불리는 이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자는 피카소의 일화를 소개하며 예술에 대한 접근을 시작한다. 열차에서 만난 한 남자는 피카소에게 “왜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느냐?”고 불만스럽게 물으며 지갑 속 자신의 아내 사진을 꺼내 보여준 후 “이것이 사실적”이라고 말한다. 이를 본 피카소는 말한다. “당신의 아내는 매우 납작하군요.” 과연 사실적이란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보는 것이 제대로 보는 것이고, 어떻게 그려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일까?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이 때문에 어느 예술가가 더 훌륭한지 견주기도 어렵다. 그들은 저마다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작품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 렘브란트 판 레인은 그림 속 빛을 활용해 이를 나타냈고,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게 된 후 ‘교향국 9번-합창’을 작곡하며 음악은 귀로만 듣고 만드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창의성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반드시 수반된다고 말한다. 전문성과 애착, 두 가지를 갖춰야 창의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 수업’은 이 두 가지를 오롯이 갖춘 예술가들을 통해 예술이 주는 감동을 온몸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